오늘 62주년 국군의 날을 맞는 소회는 각별하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직후, 턱도 없이 열악한 장비와 인력으로 출범한 군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군의 반열에 오른 것은 경이롭고도 축하할 만한 일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군을 이만큼 키우고 나라를 지켜낸 장병,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전체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올해는 특히 한국전쟁 60주년을 맞는 해여서 국군의 날의 의미는 더욱 크다.
그러나 올해 국군의 날을 의례적인 축사로만 넘기기엔 안팎의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다. 먼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군사적 공격을 당해 50명 가까운 귀중한 장병들을 잃은 사실은 두고두고 국가와 군의 역사에 아픈 상처로 남을 것이다. 방심한 상태에서 허를 찔린 것도 그렇거니와, 사건 이후 대처과정에서 노출한 수많은 허점으로 군은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군은 이 일을 정말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천안함 피격 외에도 올해엔 유난히 국민의 기대를 허문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끊임없이 터져 나온 각군 지휘관들의 추문에다, 어처구니없는 병기사고도 잇따랐다. 물에서는 수륙양용 장갑차가 가라앉고, 땅에서는 멀쩡한 포신이 찢어지고, 하늘에선 전투기 헬기가 추락하는 일이 줄을 이었다. 사회적으로는 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자 후보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의혹 등으로,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병역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잦았다. 어느 누구의 책임을 탓하기 전에 방위산업을 포함한 우리의 국방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사건들이다.
북한 체제의 3대 세습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우리는 북한 정권 이양기에 내부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모험주의적 도발행태가 두드러졌던 것을 알고 있다.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로 우리가 돌연한 국가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믿음직하고 튼튼한 국가의 방벽으로서 군의 역할이 이전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상황이다.
마침 국방개혁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핵심은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전투력 위주의 정예군을 만드는 것이다. 군의 낭비적ㆍ허식적 요소를 찾아내 제거하고, 강한 전투력 배양에 집중하며, 크게는 작전체계를 일원화하고, 각군의 자원 배분을 합리화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우리 군은 내실보다는 외양을 과시하기 위한 의전형 요소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군대다운 군대"를 강조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었다. 군은 엄중한 시대적 상황과 국가와 국민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임을 새삼 재인식하고 심기일전, 완벽한 안보태세 확립에 전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들도 군을 부정하는 듯한 자세나 인식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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