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조2,000억원을 비롯해 2015년까지 총 3조3,000억원의 재정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투입키로 했다. 향후 4년간 ▦임대주택 정부출자 비율 상향(19.4%→25%) ▦국고배당 면제 ▦혁신도시 부지 매입 ▦미군기지 이전 2단계 사업에 재정 지원 등 혜택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LH는 이를 발판으로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 문제도 해결하고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LH 회생의 핵심은 사업조정
재정 투입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LH의 정상화 여부는 자구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방안의 추진 여부에 달려있다는 임장이다. 당초 9,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과 협의, 부처간 이견 조율,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11월 이후로 연기된 상태인데 이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이냐에 따라 정상화 여부는 물론이고 그 시기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안에는 ▦511개(신규 138개, 진행 276개, 지자체 협력 97개)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재검토와 ▦부채 감축방안 ▦인원축소 등 조직개혁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LH는 ‘선(先)재무-후(後)사업’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일단 사업을 벌인 후 재원 문제를 사후에 해결했지만, 앞으로는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익성을 갖춘 사업이라도 취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LH로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또 신규 사업도 대폭 줄어들고 보금자리주택이나 세종시 등의 국책사업을 제외한 상당수 사업이 중단 또는 보류될 전망이다. 실제로 성남시 2단계 재개발이 백지화된데 이어 아산시 탕정 2지구 등도 중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법적 분쟁 가능성도 예상되지만 LH 역시 다른 방도는 없어 보인다.
추가 지원책 나올까
정부는 일단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4년간 3조3,000억원의 재정 투입만으로도 LH 문제는 해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막대한 부채규모만 부각되어 부실 이미지가 드리워졌으나, LH는 실적만 놓고 본다면 최근 8년간(주택ㆍ토지공사 합계)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 이자비용을 감당하고도 2008년 1조4,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낙관적 예측이 실현되려면 부동산 업황의 개선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에 지원하는 1조2,000억원은 4개월치 이자에 불과하다”며 “LH의 수익과 직결된 부동산 업황이 계속 침체상태에 머문다면 정상화 시기는 더욱 늦춰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재정 투입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정상화가 차질을 빚을 경우 정부가 내놓을 가장 현실성 있는 추가 지원책은 LH법 개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이 개정안에는 정부 정책사업이나 공공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LH측은 ▦국민주택기금 대출 이자율 하향 및 거치기간 연장 ▦간선시설비 축소 ▦임대주택 관련 세금 면제 ▦학교용지ㆍ시설 비용 부담주체 변경 등도 희망하고 있으나, 정부 입장은 아직 냉담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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