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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실제 전투비행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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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실제 전투비행 기술입니다"

입력
2010.09.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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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프(one offㆍ편대이탈)!”

무전을 통해 명령이 떨어지자 사선대형을 이루며 나란히 하늘을 가르던 국산 초음속 훈련기 T_50B 4기가 차례로 270도 회전을 시도한다. 잠시 공중돌기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 모양으로 빠져나간다. 시속 740㎞로 비행하던 항공기들은 단 1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고, 항공기가 지나간 자리엔 네 줄의 하얀 무지개가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특수비행팀이 되기 위한 목숨을 건 비행훈련이다.

국군의날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광주공군기지 상공. ‘쌔~엑’하고 굉음을 토해 내는 검은 독수리들의 화려한 비상이 1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곳을 보금자리로 하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해외 진출을 꿈꾸며 힘찬 날개짓을 펼친 것이다.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해외에 나가 우리 항공기로 에어쇼를 선보이는 게 꿈입니다. 우리 공군 전투조종사들의 뛰어난 기량과 항공기술의 우수성을 통해 대한민국 공군의 힘과 위상을 세계에 보여 주는 거죠.”

‘조종사 중의 조종사’10명으로 구성된 블랙이글스는 세계 최고의 에어쇼팀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자국산 초음속 항공기 8기로 비행을 펼치는 팀은 블랙이글스가 유일하지만 정작 해외 에어쇼 참가는 그림의 떡이다. 항공기를 싣고 갈 대형 수송기나 공중 급유기가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등 해외 여러 나라가 실력을 인정하고 에어쇼 참가 요청을 하고 있지만 항공기 수송 여건이 열악해 실력을 묵히고 있습니다”(솔로1 정민철 소령).

이 대목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웬만한 전투조종사라면 블랙이글스 팀원이 돼서 쇼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했더니 “블랙이글스 조종사는 전투조종사들의 로망이지만 아무나 되거나 아무나 (특수비행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리더 전욱천 소령)고 맞받아친다.

실제 블랙이글스 조종사는 중등 및 고등 비행훈련, 작전가능과정 성적이 모두 상위 3분의 1 안에 들어야 한다. 또 총 비행시간 800시간 이상으로 비행 편대장(4기 이상 공중지휘) 자격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존 팀원들의 만장일치 찬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1초의 오차에 목숨이 오가고, 1~2㎙ 간격으로 비행을 해야 하는 특성상 팀워크와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내 목숨을 동료 조종사에게 맡기고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극한의 팀워크와 믿음이 없으면 절대 비행할 수 없습니다. 팀원이 되더라도 최소 6개월은 따로 훈련을 받아야 비로소 특수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홍순홍 소령ㆍ진급예정).

보통 사람들 눈에야 특수비행이 한낱 눈요깃거리인곡예비행으로 보이지만 목숨을 내놓고 비행하는 이들에겐 실제 전투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블랙이글스의 고난이도 비행기술이 정말 실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웬걸, “블랙이글스가 선보이는 30여개의 기동은 실제 전투기대대에서 쓰이는 전투기동을 응용한 것”(대대장 박대서 중령)이란다. 서커스단의 곡예처럼 단순한 묘기를 보여 주는 곡예비행과는 다른 실전 비행기술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곡예비행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물론 여기엔 공군 최고의 전투조종사라는 자부심과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보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하늘의 외교관으로 불리면서도 국익을 위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정 소령은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해외 에어쇼에 가면 다른 나라 항공기 뒷자리에 앉아서 비행체험만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래도 해외 에어쇼에서 국산 초음속 훈련기인 T_50B로 기량과 기술을 선보여 한국이 항공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날개짓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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