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싸다고. 다들 한 동네 사람인데 비싸게 팔 수 있나.”
30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흰돌마을 4단지 주차장. 한 달에 한 번 ‘별거별거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어선 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전국에 벼룩시장은 수두룩하지만 이곳은 저소득층이 많은 영구임대아파트단지라 손님이나 장사꾼이나 대부분 노인과 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은 개장에 맞춰 저마다 자리를 잡고 좌판을 벌였다. 애지중지하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꺼내놓은 노인도 있었고, 휴대용버너, 양산, 지팡이, 안마기 등에 가격을 붙여 놓은 이들도 있었다. 시장 이름처럼 손톱깎이, 수건, 물컵, 편지지 등 자질구레한 생활용품들이 좌판 주인 앞에 잔뜩 쌓여 있었다. 개장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모이자 제법 떠들썩한 장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한희순(63·여)씨도 옷을 한아름 싸 들고 나왔다. 티셔츠와 바지는 1,000원, 블라우스는 500원으로 모두 착한(?) 가격이다. 대부분은 한씨 것이지만 벼룩시장에 처음 나온 그를 위해 이웃들이 모아준 옷가지도 다수 포함됐다. 한씨는 “문 열자마자 3,000원을 벌었다”고 자랑하며 “동네 사람들 얼굴도 익히고 돈도 버니까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한씨는 판매금액 중 벼룩시장에 설치된 모금함에 넣을 생각이다.
좌판 옆으로는 설탕뽑기 등 오락거리와 폐현수막이나 운동화 끈으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프로그램들도 열렸다. 한쪽 구석에서는 이 아파트단지 주민들로 구성된 동아리 사진쟁이 회원들이 1회용 사진기로 연신 주민들의 사진을 찍었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인화래 사진 주인공에게 전달된다. 사진쟁이는 연말에 주민 사진 등을 모아 별도의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별거별거 벼룩시장은 이 동네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벼룩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고, 민간단체인 공공미술프리즘이 기획·운영하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시범사업 중 하나다. 올해 5월 처음 열려 이날로 5회째를 맞았다.
박미현 공공미술프리즘 아트디렉터는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강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주민 참여가 늘고 있다”며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이는 벼룩시장 수익금은 연말에 주민들의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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