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의 GM, 포드 등에 이어 프랑스 르노의 전기자동차 모델에 장착할 2차 전지를 공급하게 됐다. LG화학은 30일 유럽 3위 자동차 기업인 르노가 내년부터 양산할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2차 전지를 장기 공급하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2차 전지를 공급하는 자동차 회사는 9곳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 계약은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르노의 전기자동차 판매 전망대로라면 LG화학의 누적 판매 규모는 GM을 넘어선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는 제휴사인 닛산과 함께 뛰어난 전기자동차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2012년까지 50만대 규모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르노는 이미 4종의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기로 한 상태이다. LG화학은 일단 충북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2차 전지 셀(cell)을 수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4월 공급 계약을 한 볼보에 이어 르노와 계약을 맺어 급성장 중인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동시에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은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유럽 지역에 2차 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우뚝 설 수 있게 된데는 일본이 선점했던 리튬수소 배터리를 에너지 밀도, 무게, 충ㆍ방전 시간 면에서 우수한 리튬이온 방식으로 빨리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와 2차 전지 시장의 강자였던 일본의 기술을 뒤따라가는 대신 발 빠르게 다음 단계 기술인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일본 업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먼 훗날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연구나 투자를 거의 안했다”며 “LG화학은 이 기술의 안정성과 물질의 특성을 수년 동안 실험을 통해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또 LG화학과 같이 독립된 회사가 2차 전지를 연구ㆍ개발하지 않고 자동차 회사 주도로 합작회사를 만들어 제품을 만드는 ‘인-하우스’ 방식이어서 다른 자동차 회사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법인 파나소닉EV에너지(PEVE)를 세웠고, 닛산은 NEC와, 혼다는 GS유아사와 합작 회사를 세워서 전기 자동차용 2차 전지를 개발했다. 미쓰비시도 GS유아사와 LEJ라는 2차 전지 개발사를 설립해 세계 첫 고속 전기자동차인‘아이미브’를 내놓았지만 최근 일본 회사 중 처음으로 LG화학에서 2차 전지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경쟁사를 압도하는 건 맞지만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화하면 자동차 회사는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공급선을 다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초기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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