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발언'이 다시 강경해졌다.
유엔총회에 참석중인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29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미국 핵 항모가 우리 바다 주변을 항해하는 한 우리의 핵 억지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최근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공식화한 이후 나온 북한의 첫 입장 표명이다.
박 부상은 또 "책임있는 핵무기 국가로서 다른 핵 보유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핵 비확산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려고 한다"며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부상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국에는 "통일과 공동번영, 화해를 향한 전진인 2000년 6ㆍ15 공동성명과 2007년 10ㆍ4 선언을 거부하고, 반통일적이고 대립적인 '3단계 통일방안'으로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했고, 미국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은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파괴자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의심없이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며 한미 양국에 대화공세를 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미 간 대화를 주장하던 지난해 연설과도 내용이 많이 달랐다. 이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의 대북 제제 공조가 공고해지고, 대화공세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조건으로 6자회담 조기 재개에 반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부상은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에 즉각 착수하라는 것이 (천안함) 의장성명의 권고사항"이라고 언급, 대화국면에 대한 희망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날 총회에서 남북한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놓고 다시 한번 설전을 벌였다. 박 부상이 "천안함 사건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자 우리 정부 박인국 유엔대표부 대사는 반론권을 통해 "합동조사단 발표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5개국 전문가가 참여해 과학적 조사를 통해 도출한 결과"라고 반박했고, 이에 북측은 다시 답변권을 행사, "한국 주장은 일방적이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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