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차기 지도자 김정은의 공개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일단 28일 열린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는 참석한 것으로 보이나 북한 당국은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날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당 중앙기관 성원 및 당 대표자회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촬영에 참가한 당 간부들을 소개하면서 김정은을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군 총참모장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만 보면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에 참석했고, 노동당 내에서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무위원 다음으로 이름이 불릴 정도로 회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통신은 김정은의 얼굴 사진과 구체적인 촬영 일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얼굴까지 드러내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실명과 공식 직함(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어 사진 촬영 사실까지 밝힌 만큼 그가 그 동안의 '신비주의' 전략을 버리고 공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존재였다. 지난해 1월 일찌감치 후계자 내정설이 나돌았지만 스위스 베른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에 다니던 10대 시절 사진을 제외하곤 공개된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이 후계자를 위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출생연도(1983년과 1982년)에 대한 논란, 후계자 내정 시점에 대한 각종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2007년 초부터 내부적으로 김정은 후계 작업을 진행했으며,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현철해 국방위 국장 등 극소수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이 저울질하는 김정은의 얼굴 공개 시점은 노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명간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 중 하나인 당 창건일은 당 대표자회로 고조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내달 10일 당 창건일 때 주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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