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모 대표(54ㆍ구속기소)가 검찰 조사에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측에 팔았던 회사 주식대금을 기부금의 형태로 천 회장에게 도로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최근 이 대표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해 문제의 기부금이 천 회장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 구체적 경위와 자금의 정확한 성격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뤄진 금전거래에 대가성이 있다는 증거가 확보될 경우, 천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임천공업과 계열사들의 자금흐름 추적과정에서 천 회장의 자녀 3명이 2008년 임천공업(14만주)과 계열사인 건화기업(2만3,100주), 건화공업(2만주) 지분을 총 25억7,000만원에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천 회장은 사실상 '공짜로' 수십억원어치의 회사 지분을 취득한 셈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천 회장이 이 대표로부터 받은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기부금 명목과 관련해선 천 회장이 ROTC회관건립위원장과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ROTC회관 건립기금이나 베이징올림픽 당시 레슬링선수단 격려금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검찰은 이달 15일 354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 대표를 구속기소하면서 "이 대표와 천 회장의 관계에 대해선 살펴볼 게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이 대표가 이처럼 파격적인 특혜를 거래 상대방도 아닌 천 회장에게 제공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임천공업은 2007년까지 적자를 내긴 했지만, 당시 대우조선해양한테서 570억원 상당의 선수금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천 회장과의 주식 거래가 이뤄졌던 2008년에는 조선업계의 호황으로 매출액이 전년보다 2배로 급증했고, 당기순이익도 130여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가 천 회장에게 청탁을 통해 얻어낼 게 무엇인지가 의문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결고리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선 "특별히 드러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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