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 그래서 두 감독은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결과는 4차례 역전을 주고받은 끝에 롯데의 승리. 롯데는 2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혈투 끝에 10-5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5-5이던 9회 초에만 ‘깜짝 스타’ 전준우의 결승홈런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89년부터 시행된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확률은 95%에 이른다.
▲발목 부상 비웃은 명품 3루수 이대호
두산은 0-0이던 1회 말 선두 이종욱의 볼넷으로 기회를 잡았다. 극심한 감기몸살로 28일까지 병원 신세를 졌던 롯데 선발 송승준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 간파한 김경문 두산 감독은 2번 타자 고영민의 타석 때 초구에 치고 달리기 작전을 걸었다.
고영민은 송승준의 몸쪽 바짝 붙은 직구를 잘 당겼고, 타구는 3루수 이대호의 오른쪽으로 강하게 굴러갔다. 시즌 막판 발목 부상을 당했던 이대호는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뻗어 타구를 담아 고영민을 1루에서 솎아냈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최소 무사 2ㆍ3루의 위기. 2회에도 양의지의 2루타성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1회 이대호의 ‘파인 플레이’는 고스란히 방망이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3-3이던 5회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뿜은 데 이어 9회에는 승리를 재확인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미친 선수’ 전준우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3년차 전준우를 8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했다. 전준우에게 준플레이오프는 개인 첫 포스트시즌이다. 전준우는 팀 내 타자 가운데 이대호(0.412 10홈런 28타점)와 홍성흔(0.455 8홈런 23타점)에 이어 두산전 성적(0.357 6홈런 17타점)이 세 번째로 좋았다. 28일 미디어데이에서 ‘미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로이스터 감독은 “26명 모두가 잘해주기 바란다”고 했지만 일발장타가 있는 전준우의 방망이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앞선 세 타석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방망이를 예열한 전준우는 5-5로 맞선 9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정재훈의 시속 140㎞짜리 직구를 당겨 왼쪽 관중석 중단에 꽂았다. 전준우의 한방은 결승포이자 이날 양팀을 통틀어 유일한 홈런이었다. 전준우는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실패한 ‘히든 카드’ 최준석
김경문 감독은 간판 스타 김동주 대신 ‘히든 카드’ 최준석을 4번에 기용했다. 최준석은 정규시즌 때 송승준에게 8타수 3안타(0.375) 1홈런 3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달랐다. 방망이에 잔뜩 힘이 들어간 최준석은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7회 수비 때 용덕한으로 교체됐다. 특히 뼈아팠던 것은 5-4로 앞선 6회 말 1사 만루에서 터진 병살타였다. 두산은 경기 후반 용덕한이 4번 타자를 맡아야 했다.
잠실=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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