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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의 달콤 사운드, 세계무대 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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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의 달콤 사운드, 세계무대 녹이다

입력
2010.09.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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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좀 잘나 보이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잡을 때 ‘너희가 이런 걸 아느냐’ 하는 품세를 취하고 듣는 음악, 재즈. 국내 팝재즈 밴드 가운데 가장 잘 나간다는 윈터플레이는 딱 잘라 말했다. “우린, 그런 거 안.해.요.”

윈터플레이가 2집 앨범 ‘투셰모나모(Touché Mon Amour)’를 냈다. 촉촉하고 보드랍게 피부에 닿는 사운드는 여전히 베이비로션의 감촉이지만 한층 깊어진 보컬과 라틴 리듬이 따스한 느낌을 준다. 1집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 ‘Quando, Quando, Quando’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슈크림이었다면, 이번에 리메이크한 ‘Don’t know why’는 상처에 바르는 예쁜 컬러 밴드 같다. 뽀로로의 귀여운 얼굴로 찢어진 흉터를 가리는.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세계 어디엘 가봐도. 우린 모두 재즈 뮤지션이지만 정통 스윙만 고집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팝이든 뭐든 우리가 가진 색깔로 대중이 좋아할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이번엔 좀 차분하게,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었어요. 겨울 분위기에 맞는. 타이틀곡 ‘투셰모나모’도 처음엔 좀 펑키한 느낌이었는데 훨씬 어쿠스틱하게 다듬었죠.”

윈터플레이는 트럼페터 이주한, 기타리스트 최우준, 베이시스트 소은규, 보컬리스트 혜원이 2008년 뭉친 팀. 예전에 이들의 이름 앞엔 ‘재즈’라는 수식어가 금박 계급장처럼 붙어 있었다. 비밥이 아니면 음악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아티스트, 화려한 즉흥연주로 절정의 스윙감을 뽐내던 솔로들이었다. 그러나 윈터플레이라는 틀 안에서 이들은 욕심을 버리고 듣는 이가 즐거워할 멜로디를 찾고 있다.

“처음에 ‘크리스마스 앨범이나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모인 건데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 말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한 번 해보자, 하고 의기투합한 거에요. 그런데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어요. 원래 한 철만 하고 접어도 좋다는 맘에 팀 이름도 이렇게 만든 건데… 겁 없이 해외시장에도 도전했는데 다행이 반응이 나쁘지 않네요.”

윈터플레이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 첫 앨범 ‘Songs of Colored Love’로 일본 아이튠즈 재즈차트 1위에 오르고 올해 2월에는 두 번째 현지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이 곡들을 재편성해 유럽과 동남아에서 인터내셔널 앨범을 냈다. 이달 런던 쇼케이스에서는 현지 언론에 의해 “재즈와 팝, 라운지의 경계를 허문 획기적인 음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22일 귀국한 이들은 아직 약간 들떠있는 듯 보였다.

“많이 놀라는 것 같더라고요. ‘동남아시아에서 온 뮤지션이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는 눈빛.”(이주한) “형, 우리 동북아야.”(최우준) “내 외모 때문은 아닐까?”(혜원)

이들은 ‘컨템퍼러리 뮤직’으로 스스로의 음악을 규정했지만, 유심히 들어보면 달콤한 사운드 속에 흐르는 재즈의 피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재즈의 세계로 가는 입문으로 윈터플레이를 들으면 좋겠어요. 우리 음악을 듣다가 차츰 마일즈 데이비스나 엘라 피츠제랄드를 찾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우린 고등학교 밴드처럼 즐겁게 음악을 하는 거죠.” 얼떨결에 뭉쳤다가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네 사람의 재즈 뮤지션, 이들이 윈터플레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몇 번의 겨울을 더 맞이하게 될까.

“글쎄요, 난 원래 3개월 단위로 인생을 살아서.”(이주한) “주한이 형한테 맞춰야죠. 형한테 고혈압 오고 그러면, 뭐….”(소은규) “재미 있잖아, 우리. 처음 시작할 때처럼 편하게 하면,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거야.”(혜원)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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