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의혹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 야당 의원들과 김 후보자 엄호에 나선 여당 의원들간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기존에 거론됐던 것 외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지 못해 “이전 김태호 후보자 청문회에 비하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지만 일부 도덕성 의혹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아랫 입술을 깨무는 등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모두부터 병역기피와 재산세ㆍ증여세 탈루 등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며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청문회를 16시간 앞두고 대통령과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들이 술과 밥을 곁들인 회동을 한 것은 적절치 않고, 특히 야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적절치 않다”고 질타했다.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를 감싼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의혹을 해명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발언 시간을 할애하는 등 적극 엄호했다.
청문회 초반 야당 의원들의 화살이 병역기피 의혹에 집중되자, 김 후보자는 군 면제사유였던 부동시에 따른 고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도표를 제시하자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용경 의원이 차량의 소유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사진을 제시하자, 이 의원 자리로 직접 이동해 사진을 본 뒤 “이것은 제 차가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답변 중간에도 근시용, 원시용 안경을 수시로 바꿔 쓰며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총리직 지명 배경과 관련, “청와대에서 삼고초려한 것이 맞다”며 총리 내정을 둘러싼 뒷얘기를 공개했다. 그는 그러면서“모의검증 절차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에게 ‘더 좋은 분을 골라보시라. 마지막 순간까지 더 생각해보시고 최종 결판을 내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총리를 잘 하고 대통령을 한번 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정치할 생각이)없다”고 대답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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