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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예능, 대중문화 지각변동의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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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예능, 대중문화 지각변동의 축으로

입력
2010.09.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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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이 무심코 던진 말.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재밌으니까 사람들이 다른 걸 안 해.” 하지만 요즘 이 말은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예능프로그램만 보는 것 같다.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을 방송하는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는 두 시간이 넘는 방영시간에도 불구, 매주 3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케이블 TV 역사상 최초로 마의 10% 시청률을 넘긴 것도 엠넷의 리얼리티 쇼 ‘슈퍼스타 K 2’였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에서는 평소 만나기 힘든 유명인들이 줄줄이 나온다.

조영남이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위의 언급을 한 장소도 바로 토크쇼였다. 예능 전성시대는 예능이 더 이상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을 화제의 인물로 만든 ‘남자의 자격’의 합창단 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웃음대신 눈물을 흘리게 했고, ‘무한도전’에서 관객들을 위해 고통을 참고 프로레슬링에 임하던 출연자들의 모습은 영화 ‘레슬러’가 준 감동 못지않았다.

MBC ‘놀러와’에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명동의 옛 음악카페 쎄시봉의 멤버들이 모여 과거에 대해 말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어떤 음악 프로그램보다도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이제 예능프로그램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녔고, 때론 스포츠나 음악까지 다룬다. 여기에 리얼리티를 얹어 다른 장르에서 맛보기 어려운 진심 어린 감동을 전달한다. 현재의 예능프로그램은 모든 장르를 통합해 웃음부터 감동까지 모두 주는 새로운 장르로 변화 중인 것이다.

다른 장르의 종사자들에겐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같은 소재를 다룰 때 드라마나 영화가 예능프로그램보다 재미있을 수 있을까. 합창단을 다룬 영화 ‘하모니’보다는 ‘남자의 자격’이 더 재미있고, 가수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슈퍼스타 K 2'를 능가하는 음악드라마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룰 수 없는 소재나 영화 ‘아바타’처럼 엄청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과 비슷한 캐릭터나 스토리텔링만으로 대중의 반응을 얻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아는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에 대한 틀이 잡힌 것 역시 수십 년 사이의 일이다. 우리는 대중문화의 장르가 새롭게 재편되고, 새로운 장르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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