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현미경 청문회를 하겠다"는 야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눈에 띌 만한 의혹을 짚어내지 못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으레 일반인이 쉽사리 관용하기 힘든 심각한 흠이 쏟아졌던 전례에 비추면 따분하게 보일 정도였다. 오늘도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야당이 준비한 공격 재료를 거의 소진한 만큼 새롭게 세상이 놀랄 흠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이런 양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우선 김 후보자의 오랜 법관 경력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호남 출신 법관으로서 대법관 자리에까지 오르는 동안 경력 관리에 남달리 신경을 썼을 법하다. 더욱이 주 공격수인 민주당의 청문회 집중도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국회 국정감사까지 눈앞에 닥친 마당에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 전력을 기울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정부 요직에 영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기용된다고 비판해 온 야당으로서는 호남 출신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노골적 반감을 보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야당은 최대 관건으로 거론됐던 징병 신체검사와 병역면제 문제에서조차 이미 해명된 내용 이상의 의혹 제기를 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의 누나가 총장인 동신대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서도 사전에 해명된 내용을 반박할 만한 새로운 사실을 찾지 못했다. 후보자의 안과 계통 질환 등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서도 분명한 의혹을 들추지는 못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적극적 해명 기회를 부여하느라 애쓴 여당 의원들의 물타기 전략이 주효한 셈이기도 하다.
야당이 이런 중간 결과를 '청문회 실패'로 여길 이유는 없다. 대상자가 누가 됐건 헐뜯기에 매달리자는 게 국회 인사청문회의 원래 모습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애초에 김 후보자의 행정 역량과 정책노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제법 열띤 논쟁이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은 여야 공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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