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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줄리아 로버츠의‘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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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줄리아 로버츠의‘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입력
2010.09.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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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참 쿨하다. 한밤중에 일어나 남편을 깨운 뒤 이혼을 통보한다. 이유라고 해봐야 별게 아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남편 뒷바라지할 생각에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삶의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전 남편에게 재산의 반을 뚝 떼주고 젊은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참모습이 아닌듯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뒤늦게 찾기 위해.

1년 동안 떠난 여행의 내용도 참 쿨하다. 맛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찾아 살에 대한 공포를 제켜둔 채 원 없이 몇 개월 동안 먹고 마신다. 인도를 찾아 오래도록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스린 뒤 낭만의 섬 발리에서 누구라도 사귀고 싶어할 남자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31세 이혼녀 리즈(줄리아 로버츠)의 부러움을 넘어 시기심까지 일으키는 뒤늦은 자아 찾기를 그린다. 별스런 드라마가 있지도, 영화의 완성도가 그리 뛰어나지도 않지만 기이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탈리아에서 리즈가 걸신 들린 듯 탐식할 때는 관객의 배가 자연스레 꼬르륵거리고, 인도 장면에서는 기도할 때처럼 졸음이 몰려온다. 발리 해변의 파도가 스크린에서 출렁일 무렵엔 마음도 살랑거린다. “때론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 되잖아” “사랑하다 (삶의) 균형을 잃지만 더 큰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등의 좀 젠 체 하는 대사는 관객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며 호객행위를 한다.

1년 동안 무위도식하다 왕자님을 만난다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현대판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인 동명 에세이를 스크린에 옮겼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기약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도시 남녀들의 판타지를 자극할 만한 영화. 그러면서도 돈과 시간과 가족에 묶여 지방 여행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염장을 지를 영화다. 그렇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장점과 단점을 지닌 상업영화다. 감독 라이언 머피.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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