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참 지질하다. 애인이 있는데도 또 다른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결혼을 앞두고도 마음은 갈피를 못 잡는다. 신혼여행 가서도 신부는 뒷전이고 자신의 취미생활에만 몰두한다. 신혼생활 중에도 다른 여자들 때문에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여자 마음은 갈대’라는 편견 가득한 속설은 이 남자에게나 어울릴 말이다.
영화 ‘여덟 번의 감정’은 한 비루한 수컷에 대한 보고서다. 30대 중반의 큐레이터 종훈(김영호)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돋보기 삼아 남성들의 별스런 심리를 들여다본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내 심드렁해지고, 다시 연애 공략 대상을 물색하는 남성들의 행태를 차분한 어투로 전한다.
남성들이 보면 가슴이 뜨끔할 영화로 사람과 사물을 조용히 응시하는 카메라에서 홍상수 감독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종훈이 몇 번 읊조리는 독백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메시지를 압축해 전달한다. “나 자주 꾸는 꿈이 있거든… 와이프도 괜찮고… 그런데 갑자기 말이야 이 여자다 싶은 여자를 이제야 만난 거야… 그래서 매일 밤 고민하는 거지… 100% 나한테 맞는 짝을 만났는데…”
‘여름이 가기 전에’로 호평 받았던 성지혜 감독이 연출했다. 여성 감독이 남성 심리를 묘사한 점이 흥미롭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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