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베일을 벗은 북한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 결과는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당의 위상 회복과 후계자 김정은 친위체제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는 대규모 인사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은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에 당 중앙위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의 인적 구성을 완료했다. 124명을 선출한 당 중앙위원을 시작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홀로 남아있던 정치국 상무위원(5명), 위원(17명), 후보위원(15명) 등을 충원했다.
또 정치국과 더불어 노동당의 양대 기구인 비서국 비서와 전문 부서장들의 인사도 단행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그 동안 공언한대로 최고중앙지도기관의 개편을 통해 당의 지도적 역할을 복원시켰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직은 김정은이 새롭게 부위원장을 맡은 중앙군사위원회다. 기존 중앙군사위 위원이었던 리을설 리하일 조명록 등 원로들을 퇴진시키고, 김정각(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경옥(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주규창(당 기계공업부장) 등 김정은의 후견그룹을 포진시켰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정치국 입성도 주목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이미 장성택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했기 때문에 당쪽에서는 김경희에게 힘을 더 실어 장성택의 권력 비대화를 막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부장이 김정은의 권력 장악 후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놓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김씨 일가의 가족권력 유지'라는 분석기사에서 가족, 핏줄에 의자하려는 김 위원장의 권력유지 전략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이케 유리코 전 인본 방위상의 최근 저서를 인용 "김정일은 당 중앙위에서 '김경희의 말은 곧 나의 지시'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소개하고, 김경희가 가문의 비자금 은닉 역할을 맡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비서국에서는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의 약진이 눈부시다. 대북 소식통은 "군에 리영호가 있다면 당에서는 최룡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임에도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아 당 인사 개편에서 중용이 예상됐었다.
올해 김 위원장의 두 차례 중국 방문을 수행한 태종수(함경남도) 김평해(평안북도) 박도춘(자강도) 등 도당 비서들의 발탁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김정은이 정치국ㆍ비서국에 진입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실무 개입이 필요한 당직을 맡으면 공개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당 지배권을 확립할 때까지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당직 개편을 통해 당 기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멤버들이 새로운 권력 중추로 떠오른 중앙군사위를 필두로 당 핵심 지도부 곳곳에 포진해 국방위와 당, 양대 권력기관이 일체화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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