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노동당의 종말'을 고하며 야심찬 개혁을 표명한 에드 밀리반드(40) 영국 노동당 당수가 진보 본색을 드러냈다.
28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밀리반드는 전임자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제3의 길'과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신노동당' 노선이 당시에는 옳았지만 고리타분한 태도로 변화를 거부해 정권을 뺏겼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노선의 중도 폐기를 밝힌 밀리반드는 노동당이 신자유주의 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전통 기반층인 노동계층과 서민층의 표를 잃었다며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대담한 어조로 전 노동당 정부 실정을 조목조목 파헤치며 약자배려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외교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라크 전쟁 참전은 틀렸다. 우리는 그 점에 솔직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당수 경쟁에서 동생에게 패하고서도 지지를 밝혔던 형 데이비드 밀리반드는 이 부분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새 인물을 내세운 노동당은 지지율 40%를 얻으며 3년 만에 보수당을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13년간 지킨 정권을 빼앗기고 좌초하던 노동당에 밀리반드가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간지 가디언은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영국 노동당 당수를 지낸 닐 킨녹이 전당대회 한켠에서 "노동당이 다시 집권하는 게 내 목표"라고 강조하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AP 통신도 영국 최대노조 유나이트 노조의 사무총장 데렉 심슨이 "밀리반드가 곧 총리가 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를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고 보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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