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소수 인종주의자들의 복덕방 정도로 치부되던 유럽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공포를 먹고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고 있다. 중도우파의 저변을 갉아먹으며, 원내 진출에 성공해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비율도 늘어가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28일 극우정당들이 이전에는 감히 입밖에 내기 어려운 발언, 즉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이 유럽이 보호해야 하는 가치들을 허물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포와 증오를 자극, 이를 토대로 세력 확장에 성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정당들이 주류 정당들을 위협할 정도로 표를 잠식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는 극우정당이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고 덴마크,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핀란드에서도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도 올해 초 지방선거에서 9%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지난 3월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는 극우정당이 베니스와 피에몽 지역에서 승리했다.
슈피겔은 "서부 유럽에서 이슬람 공포증을 자극하는 정당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 유일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이슬람 이민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자 '유럽적 가치의 수호자'를 표방하면서 세를 얻기 시작했다. 그들은 특히 극우 가치와 좌파 가치를 교묘하게 혼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6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정당 자유당을 제3당으로 끌어올린 헤르트 빌더스 당대표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와 복지예산 고갈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파고들었다. "이슬람들이 우리의 연금을 뺏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자극한 것이다. 그는 "이민자를 반대하지만, 약자와 노인들에게는 지극히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이민 제한과 이들의 취업 동결 등이 큰 골격이지만 상식 밖의 공약도 있다.
빌더스는 이슬람 여성처럼 머리스카프를 두르면 세금을 부과하는 '헤드스카프세(稅)'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는 코란 금지를 주장하고 이슬람 비난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든 적도 있다. 그런데도 인기는 상당해서 독일의 한 극우정당이 빌더스의 정당을 따라 당명을 자유당으로 바꾸는 행사에 그를 초청했다.
극우정당이 활개를 치면서 유럽은 더욱 불안해지고, 외교적 갈등 소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네덜란드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빌더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과도하게 걱정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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