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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가 더 바쁜 태극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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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가 더 바쁜 태극소녀들

입력
2010.09.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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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을 안고 금의환향해 '성대한 잔치'를 벌인 다음날일 29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는 마치 전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없이 고요했다.

기자가 파주 NFC에 도착한 오전 7시 전날 밤 숙소에서 부모님과 함께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늦게 잠을 청한 까닭인지 '작은 영웅'들은 아직까지 곤히 잠을 청하는 중이었다. 1시간 뒤 조식 시간이 돼서야 아침을 먹기 위해 모인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은 파주 NFC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추억 남기기 삼매경

주장 김아름(포항여전자고)을 비롯한 태극소녀들은 짐을 꾸리기 전 일본과 결승에서 입었던 유니폼과 공 등을 들고 숙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최덕주 감독 방을 찾은 소녀들은 유니폼 위에 자신들을 이끈 '선장'의 사인을 청했다. 장한 딸들의 요구에 최 감독은 "내 사인도 필요하냐"라고 말했지만 겉으로는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인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사령탑의 사인을 받은 선수들은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며 나머지 여백을 채워 '우승 기념 유니폼'을 완성했다.

로비에 모인 선수 부모들도 딸 친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분주했다. 50여일 만에 딸과 만나 파주 NFC에서 '특별한 밤'을 보낸 부모들은 넘치는 행복을 주체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김아름은 "어제 밤 엄마와 함께 대회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엄마가 계속 뽀뽀를 하려고 해서 거부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첫 스커트 유니폼에 엇갈린 반응

오전 8시50분, 1층에 위치한 강당으로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강당 안으로 선수들을 따라 함께 들어가려 했지만 "관계자 외엔 들어올 수 없다"는 말에 강당 밖에서 태극소녀들을 기다렸다. 10분 뒤 180도로 변신한 선수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선수들이 여자대표팀 사상 최초의 스커트 유니폼을 입은 풋풋한 모습으로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 것. 일본전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호쾌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은 "학교 교복도 바지라 치마를 처음 입어봐요. 어색해 죽겠어요"라며 드러난 속살을 치마로 수줍게 가렸다.

대표팀은 이날 우승 기념 오찬이 열릴 청와대를 방문하기 위해서 유니폼을 새로 맞췄다. 베이지색 주름 치마를 입고 안에 받쳐 입은 흰색 셔츠 위에 군청색 재킷을 걸친 소녀들은 일반 고교생과 다름 없이 풋풋했다.

여기에 나비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얼짱'으로 유명해진 이유나(강일여고)는 살짝 화장까지 하고 나타났다. 김태희 대표팀 코치는 "어제 밤 선수들의 치수를 쟀다. 원래 바지를 맞추려 했지만 허벅지 사이즈 등의 수선이 어려워 허리 둘레만 알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치마로 컨셉트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골든볼과 골든 부트를 받은 여민지는 이정은(이상 함안대산고)의 '스커트 유니폼'을 본 뒤 "우와~ 예쁘다"라며 감탄했다.

눈코 뜰 새 없는 최덕주 감독·여민지

한국이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정상에 오른 뒤 최덕주 감독과 공격수 여민지는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도 두 스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전 7시부터 잡힌 SBS와 CBS 라디오 방송 출연 등의 스케줄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여민지는 대표팀 버스가 청와대로 출발하기 직전인 9시10분에 방송국 차량을 타고 부랴부랴 합류했다.

아침부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낸 여민지는 "방송을 4개나 했어요"라고 말하며 '스커트 유니폼'을 받아 들었다. 버스 출발 시각이 다 돼 유니폼을 입지 못한 여민지는 또 다른 라디오 방송 스케줄 때문에 휴대폰을 손에 든 채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최덕주 감독도 아침부터 걸려온 축하 전화와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등으로 한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출발 버스 시간이 다 돼서도 짐을 싸지 못하자 급기야 김태희 코치가 최 감독의 짐을 대신 싸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 감독은 겨우 정장을 차려 입고 나온 후에도 선수와 학부모들의 거듭된 사진 촬영 요구에 절정의 인기를 실감해야 했다.

오전 9시20분 청와대로 출발하기 전 김아름은 "(지)소연이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허락한다면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요"라고 장난스럽게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반면 여민지는 "대통령과 밥 먹다 체할까 봐 걱정"이라며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오찬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해단식을 갖고 20세 대표팀과 성인대표팀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파주=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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