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 유럽, 그리고 북미를 아우르는 초대형 연합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가 먹히지 않을 정도로 다양화된 국제사회에서 서구사회의 우세를 유지하려면 근본적인 힘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르바초프는 29일자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고문에서 “밴쿠버부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럽, 북미, 러시아를 모두 잇는 연합체 구성이 시급하다”며 “이들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나 추구하는 이익이 비슷한 만큼 협력체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합이 중국과 이슬람권에 대항하기 위해 꾸리는 서구사회의 ‘북부연맹(The North Association)’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이슬람 국가들은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함께 변화에 맞선다”고 지적하며 끈끈한 동맹을 유지해온 아랍권을 향한 서구사회의 견제를 위해서라도 연합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고르바초프는 또한 “중국의 국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구상하는 연합체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거대한 국가로 성장한 중국과의 협력이다”고 전했다. 이어 고르바초프는 이 연합체가 이미 러시아 정부가 2008년 제안했던 범유럽안보조약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이러한 구상이 ‘뜬구름’잡는 형이상학적 접근이 아니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러시아와 미국은 잠재적 적국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걸림돌이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유럽연합이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 상황에 비춰본다면 우리의 목표가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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