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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불공정 거래 제재法 만든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 내용은

입력
2010.09.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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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기업 윤리가 살아나는 건강한 관계를 가져야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1, 2년에 한번, 10년에 한번이라도 (중소기업, 납품업체) 만나 ‘뭐가 어려우냐’고 하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 하지 않아도 됐다.”

29일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 경제 정책의 철학과 지향점이 공정한 거래 및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 동안의 경제 정책이 사실상 선진국 경제를 따라잡기 위한 대기업 중심의 지원책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들의 힘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일자리 10년간 60만개 사라져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선진국 경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가 바로 대ㆍ중소기업간 ‘갑을(甲乙) 문화’라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이 지금처럼 업무 지원이란 명목으로 협력 중소기업들을 실사한 뒤 납품 단가 등을 후려치고, 구두 발주한 뒤 구두취소하는 관행들이 만연해선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앞날은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애플의 ‘아이폰’과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경쟁의 단위가 이미 개별기업에서 기업 네트워크(생태계)로 전환하고 있어 이제 대ㆍ중소 기업의 동반 성장 없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정부와 국민의 일방적 지원과 지지에 힘입어 성장한 일부 대기업이 이젠 힘의 논리를 앞세워 중소기업 및 영세상인들의 밥그릇까지 넘보면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공정’을 기치로 내 세운 정부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더군다나 가장 현실적 문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이젠 방향을 전환할 때가 됐다. 1998~2008년 중소기업에선 무려 38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반면 대기업에서는 60만개가 감소했다.

중소기업 영역침해 제동, 공정거래 강조

이날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과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보호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ㆍ품목 설정’이다. 중소기업에게 맞는 업종과 품목을 정해서, 이곳엔 대기업이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납품단가를 깎을 때 대기업이 이를 입증토록 한 것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공정위가 부당성을 입증해야 했다.

대형 유통 업체와 납품ㆍ입점 업체간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 새로 법을 제정, 부당반품이나 수수료 인상 등의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는 특히 50여개 유통사와 1만여개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만큼 정부가 공정성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정부가 ‘서면 계약 문화’를 강조한 것도 선진국 경제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다. 정부는 우선 구두발주ㆍ구두취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업종별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급, 서면계약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발주량을 통보하는 선진 발주시스템의 도입 등을 유도키로 했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대기업의 기술탈취ㆍ유용 등을 막기 위해 하도급 업체에 기술 자료 등을 요구할 땐 목적과 대가, 비밀유지, 권리 귀속 등을 기재한 서면을 내도록 했다. 그 동안 대부분 분쟁의 출발이 서면 계약이 없었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조치이다. 아예 대기업 임원 평가 시 단가 인하 보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실적에 중점을 둔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를 협약서에 명시토록 한 대목 등도 흥미롭다. CEO부터 임원, 실무진까지도 변해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윈윈 인덱스로 자발적인 동반성장 유도

이번 추진전략이 기존의 상생 정책들과 다른 점은 대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실효성이 높은 점검 체계까지 구축했다는 데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 전략이 일회적인 시혜성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민간 경제단체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내년부터 대기업이 발표한 동반성장 추진 계획의 이행 실적 등을 점검ㆍ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별로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를 산정, 공표키로 했다. 동반성장지수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선 포상과 정부 사업 참여시 가중치를 주는 반면 부진한 기업은 불이익을 부여키로 했다. 또 ‘동반성장 사이버 종합센터’가 설치되고, 전국 산업단지별로 ‘동반성장 지원센터’도 세워진다. 신고된 사항은 공정위 직권 조사와 연계, 확실한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동반성장 추진점검반'에서 매월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하고 분기별로 대통령에 보고키로 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회의 균등, 공정한 경쟁, 노력에 따른 성과 공유 등이 보장돼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고, 이 때 공정한 사회의 경제적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동반 성장이야말로 선진국 경제로 진입, 더 큰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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