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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우는 싱글대디/ (중) 갈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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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우는 싱글대디/ (중) 갈 곳이 없어요

입력
2010.09.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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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父子가정 받아주는 보호시설은 전국에 1곳뿐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집에 쌀도 없었는데 3년 만에 빚 4,000만원도 다 갚고, 집 한 칸 마련할 돈도 조금 모았어요. 이제 여기 나가면 아들녀석이랑 열심히 살아봐야죠."

싱글대디 김성우(43ㆍ가명)씨는 외아들 현기(18ㆍ가명)와 국내 유일의 부자보호시설인 '아담채'(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그의 시설입소 전 생활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그는 1993년 이혼하고 당시 세 살이던 아들을 홀로 키웠다. 다행히 인천 연수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던 터라 샐러리맨처럼 직장생활을 하는 여느 싱글대디보단 상대적으로 양육이 수월했다. 그러나 2005년 가게가 망하면서 하루하루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2년간을 지내야 했다. 월세를 못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던 반지하 방에서도 쫓겨날 판이었다.

"하루는 집에 왔는데 쌀이 한 톨도 없어 애가 쫄쫄 굶고 있었어요. 그때 문득 동사무소에 우리같은 이들이 퍼가도 되는 '사랑의 쌀독' 같은 게 있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났어요. 바로 동사무소로 갔죠. 그런데 쌀독이 없더라고요. 대신 직원이 여기를 소개시켜줬어요. 가뭄에 단비를 만난 거죠." 한끼 분의 쌀 대신 삶의 희망을 얻은 셈이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에겐 미안했지만, 집안 사정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2007년 10월 아담채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왔다. 곧바로 살림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밥에 김치만 놓고 먹어도 한달 생활비가 90만원은 들었는데 집세랑 밥값, 전기 등 생활요금까지 모두 안내도 되니까 나름 돈이 모이더라고요."

그는 다음달 있을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그간 빚 갚을 생각에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이제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그는 "다음달이면 입소 3년을 채워 이곳을 떠난다"며 "예전에는 말도 잘 안하고 소심하던 아이가 여기서 만난 아이들과는 마음도 열고 밝아진 모습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고 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가 어렵사리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은 것도 이곳에서 누린 혜택을 세상에 알리고 비슷한 처지의 싱글대디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아담채에 입소한 싱글대디들은 모두 시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부와 복지단체 등도 부자보호시설의 순기능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부자보호시설은 여전히 아담채 한 곳뿐이다. 반면 모자보호시설은 전국에 41곳이 있다. 저소득 부ㆍ모자가정 가구비율은 1대4 정도다.

부자보호시설을 늘리지 않는 건 관리의 어려움 탓이다. 실제 아담채에서는 일부 싱글대디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주방에서 칼을 가지고 나와 난동을 피우는 등의 사고가 최근 발생하기도 했다. 박은성 아담채 시설장은 "모든 사고가 술과 연관이 있었다"며 "평소에는 마음을 다잡고 생활하다가도 술이 한 잔 들어가면 과격해지는 싱글대디들의 통제가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남성들인지라 음주관련 사고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대형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은 부자보호시설 개소를 꺼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향후 정부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시설장은 "전국에 하나 밖에 없다 보니 벤치마킹을 한다며 여태 수십 개 복지법인과 종교재단이 오고 갔지만, 아직 다른 곳에 유사한 시설이 생겼단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올해 종교법인과 사회사업자 등과 함께 부자보호시설을 운영하려 했으나 시설관리를 맡을 법인을 찾을 수 없어 포기했다"며 "현재 법인과 재단들이 모자보호시설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국내 유일 부자보호시설 '아담채'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지상 4층 규모의 아담채에는 만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부자가정 18가구 51명이 생활하고 있다. 정원은 20가구, 60명이다.

아담채가 모자보호시설과 가장 다른 점은 공동배식제 운영. 모자보호시설의 경우 하루 식비(3,560원)가 싱글맘들에게 직접 전달되지만, 아담채는 식비를 공동 관리해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싱글대디는 장보기와 음식조리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술과 도박 등에 사용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수도 등 생활요금은 내야 하지만 시설에서 대신 납부해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은성 시설장은 "공동배식제와 생활요금 납부는 아담채에만 있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싱글대디의 자립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취지"라며 "원룸형태의 숙소에 입소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컴퓨터실, 독서실, 체력단련실, 방과후 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재단이 운영하는 아담채는 18세 미만 자녀를 둔 싱글대디면 전국 어디에 살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생활기간은 입소일로부터 3년. 상황에 따라 1년씩 2차례 연장도 가능하다. 거주지 관할 동사무소에 입소를 신청하면 남동구청과 아담채가 각각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자립의지와 경제상황 등이 주요 고려대상이다.

입소문의는 아담채(인천 남동구 수산동 37-3, 032-461-2324)나 인천 남동구청(032-453-5863)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전문가 진단 "父 양육권 가지는 경우 늘어 27%나…보호시설 확충 절실"

전문가들은 부자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하루빨리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은 "이혼, 사별 등으로 생긴 부자가정은 초기에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싱글대디들은 우울증, 알코올중독에 쉽게 빠지거나 자살 시도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럴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아이들로 부자보호시설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회장은 "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경우 아버지는 마음 편히 취업에 나설 수 있어 자립에 필요한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이들은 혼자 방치되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큰 만큼 시설에서 보호를 받으며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면 부자보호시설의 확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인식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고명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부양 부담이 여성에서 남성쪽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부자보호시설은 전국에 한 곳 뿐"이라며 "정부가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서울가정법원의 양육권 재판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맡은 경우가 2008년 12%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7%까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한부모가족복지연합 유순도 회장도 "전문상담사를 통한 치료와 싱글대디들에 대한 부모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호시설은 부자가정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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