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첫 공식 직함은 ‘인민군 대장’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일 동지께서 27일 인민군 지휘성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한 명령 제0051호를 하달하셨다”며 “명령에는 김경희, 김정은, 최룡해 등 6명에게 대장의 군사칭호를 올려준다고 지적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대장은 북한군 장성급 체계에서 원수-차수 다음의 직위다. 현재 리을설(원수), 리하일ㆍ조명록ㆍ김영춘(이상 차수) 등이 직책상 김정은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후계구도가 공식화했다기 보다 북한의 권력세습이 진행 중이며 김정은을 유력한 후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주목할 점은 중앙 무대에 데뷔한 김정은에게 왜 군부 내 역할을 부여했느냐는 것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선대(김정일 체제)의 핵심 노선인 선군(先軍) 사상과 선군 혁명위업을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개정한 헌법에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대신 ‘선군사상’을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군정치를 김일성 시대의 ‘주체 사상’반열로 끌어 올려 북한 체제의 사상적 기반이 군부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과 함께 군 경력이 전혀 없는 김경희(당 경공업부장), 최룡해(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김경옥(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측근 세력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내린 것도 “군부 경험이 있어야 권력 승계가 가능하다”는 정통성 정립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명령을 통해 33명에 달하는 대규모 군 장성급 승진 인사를 단행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군부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모양새도 취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의 향후 당내 역할과 관련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보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군부의 상위 정책지도기관인 당 중앙군사위 위원은 원수ㆍ차수ㆍ대장급 정치 군인들로 채워져 있어 대장 신분인 김정은의 발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북 소식통은 “아직 20대에 불과한 김정은이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이나 비서국 비서 등의 핵심 보직을 맡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당 중앙군사위나 비서국 산하 군 관련 전문 부서장 등의 직위를 부여해 군권 장악을 먼저 완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당 조직지도부 군사 담당 제1부부장에 기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조직지도부는 당과 군, 내각 등의 간부 인사권을 쥔 핵심 권력 부서로 군사 담당 제1부부장 자리는 지난 4월 리용철 부부장의 사망으로 현재 공석 상태에 있다.
반면 김정은에게 부여된 대장 칭호는 정식 계급이 아닌 지도급 인사를 예우하는 일종의 명예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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