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확정한 2011년도 예산안은 서민복지 예산 확충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상충된 과제를 담고 있다. 경기 회복의 온기를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나랏돈을 더 풀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재정의 고리도 끊겠다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 전체 증가액 16조8,000억원 가운데 30%가량인 5조1,000억원을 보건복지 분야에 할애했다며 '서민희망 예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경기회복의 과실을 독점하면서 서민층의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민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특히 보육비 전액 지원을 중산층에까지 확대하고 전문계 고교 교육비 전액을 지원키로 한 것은 체감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적 연금 등 경직성 예산 증가분을 빼면 실제 늘어나는 서민복지 예산은 1조원도 채 안 된다. 이 정도를 늘려놓고 '서민희망 예산' 운운하는 것은 생색내기로 비친다. 영세 자영업자와 청년 실업자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향후 연평균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세입이 크게 늘어나면 지출 증가율을 다소 낮춰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과감한 복지예산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출을 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5%대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무리하게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등 불요불급한 사업의 속도 조절을 통해 세입기반을 확대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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