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3남 김정은에 대한 장군 호칭 부여를 권력 승계 공식화의 신호탄으로 규정하면서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권력 승계 작업으로 인해 단기간에 북한의 대외∙대남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점쳤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은 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결과에 대해 어떠한 공식 코멘트도 내놓지 않았다. 이는 북한 내 권력 승계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한 것이다. 또 권력 승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가운데 당국자들은 “이날 드러난 확실한 팩트 두 가지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재추대돼 여전히 최고실력자로 남아있다는 점”이라고 요약했다. 즉 김정은 권력 승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의 권력은 확고하다는 것이다.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향후에도 권력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북한의 대외 노선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며 “남북관계 흐름도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차세대 지도자로 지명됐다고 해서 (나의) 카운터파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 노동당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당국자는 “군부와 달리 노동당은 중앙과 지방의 행정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 권력을 창출해야 하는 김정은으로서는 당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자들은 “권력 승계를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김정은 권력 승계가 공식화된 초기 단계로 승계 완성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승계 과정이 중장기적으로 북한 내부 흐름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북한에서 급변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았다. 한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 작업을 관장할 것이고, 한반도 주변국 대부분도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승계 과정에서 북한이 남북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기도 하다. 물론 당국자들은 “권력 승계는 단순히 김정은 한 사람이 권력자로 부상하는 과정이 아니라 파워 그룹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현재의 대북 기조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등에서 차분한 대응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는 물밑으로는 권력 승계가 가져올 파워그룹 교체 에 대비하게 될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