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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용서라는 이름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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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용서라는 이름의 물고기

입력
2010.09.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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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인의 시에 나오는 '비목(比目)'이라 불리는 외눈박이 물고기는,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보이기 위해 평생 동안 두 마리가 한 마리처럼 붙어 다녔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체온을 나누며 상처를 감춰주는 일도 아름다운 사랑이겠지만, 덧난 상처에는 사랑보다 용서가 특효약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용서가 사랑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김려의 물고기총서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용서'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나온다. 물론 물고기 용서는, 용서(容恕)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은 아니다. 김려의 기록에 따르면 두렁허리와 비슷한, 뱀장어처럼 생긴 민물고기라고 소개하고 있어 민물장어와 비슷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김려는 물고기 용서는 이무기처럼 안개를 만들 줄 안다고 했다. 매일 해가 뜰 때에 물고기 용서가 뿜어내는 한 줄기 푸른 안개가 바다 속에서 나와 꼬불꼬불 하늘로 올라간다고 했다. 어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용서를 보면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용서가 길조라는 것에 마음 따듯해진다.

세상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용서하는 것이 힘들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보다 미워하는 일이 더 힘든 법이다. 김려가 유배 살았던 고향바다에 가서 용서라는 물고기를 만나고 싶다. 내 마음의 바다에 용서라는 물고기를 담아 키우며 무엇이든, 누구든 용서하며 살고 싶은 날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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