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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발레에 한국의 화려한 군무를 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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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발레에 한국의 화려한 군무를 얹다

입력
2010.09.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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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백작 부인의 화려한 성 안. 군무의 성찬 가운데서 백작 부인의 조카 라이몬다와 그녀의 연인 장 드 브리엔은 이별을 맞는다. 장 드 브리엔이 헝가리 왕이 지휘하는 십자군전쟁 참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몬다는 곧 동쪽에서 온 사라센 기사 압데라흐만의 구애를 받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장 드 브리엔은 전쟁에서 돌아와 압데라흐만을 죽이고, 두 연인은 해후한다.

지난 25일 개막한 국립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의 첫 합동공연 ‘라이몬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우아한 몸짓으로 표현한 클래식 발레의 전형이다. 더불어 이슬람권을 동방으로 여기던 19세기말 러시아의 오리엔탈리즘을 엿볼 수도 있다. 장 드 브리엔과 압데라흐만을 선과 악으로 대비시켜 선이 승리한다는 내용은 유럽ㆍ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온전히 드러낸다.

쇼스타코비치의 스승이기도 했던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의 역작으로 꼽히는 ‘라이몬다’의 한국 초연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따랐다. 다만 3막을 2막으로 줄였다. 3막의 결혼식 장면을 1막에 덧댄 탓에 1막이 다소 길고 지루했지만 푸른 조명이 뿌려진 무대에 푸른 튀튀를 입은 출연자들의 군무 장면은 환상적이었다. 이국적 정취가 느껴지는 2막의 사라센, 스페인 춤은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27일 공연에서는 볼쇼이발레단의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는 두 솔리스트가 출연하고 국립발레단원들이 군무를 맡았다. 양국의 무용수는 신체조건과 테크닉 등에서 큰 차 없이 어울렸다. 그러나 라이몬다(안나 니쿨리나)의 춤은 음악과 자주 엇나가면서 좀처럼 작품에 빠지지 못하는 인상을 줬고, 장 드 브리엔(아르템 아브차렌코)은 깔끔한 점프 등 개인기가 돋보였지만 2인무 리프트 동작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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