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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모델로 식량위기 넘는다/ (하) 미래 그리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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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모델로 식량위기 넘는다/ (하) 미래 그리고 과제

입력
2010.09.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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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증산 지원을 의무화하는 선언을 채택합시다." (한국)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농업 선진국)

'제30차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아태지역'총회를 준비해 온 농림수산식품부 실무자들은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했다. 선진국의 빈곤국에 대한 식량증산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선언을 채택하자는 제의를 내놓았으나, 뜻밖에도 농업 선진국 가운데 상당수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빈곤국에 곡물을 수출하는 자국 업체의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우리나라의 ㏊당 쌀 생산량은 3톤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종자개량과 신농법 개발로 2008년에는 7.4톤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아시아 평균(4.4톤)은 물론 농업 선진국으로 통하는 일본(2008년 6.5톤)까지 능가하는 수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곤국의 기아 극복을 돕고 있으나, '코리안 스탠다드'가 식량증산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이들은 ▦농업 국제기구의 진출 강화 ▦단순 농법 전수를 넘어서는 입체적인 개발경험 전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구 적극 진출해야

실제로 FAO에 진출한 한국인의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객관적 실력의 10분의1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FAO 예산의 2.18%(11위ㆍ1,085만달러)를 분담하고 있으나, FAO 직원 3,700여명 가운데 한국인은 아태지역사무소 부소장과 본부 인사부 직원 등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분담금을 감안한 적정 인원(20~30명)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며,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는 인도나 필리핀보다도 낮다.

이상무 FAO 한국협회장은 "농업 외교력에서 뒤지다 보니 국제 농업계 의제선정에서 강대국들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제기구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농업원조에 나선 만큼 국제원조의 기본 매너라고 할 수 있는 겸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권과 힘의 논리가 통하는 국제사회의 생리상 원조를 하는 국가가 상대국에게 우월적 입장에 서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이런 자세를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김재수 제1차관은 "일부 나라들은 원조를 앞세워 해당국 자원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역풍을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순 지원 탈피해야

단순 기술지원에 한정된 기존 지원 시스템도 입체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한관계자는 "한국형 모델이 저개발국의 기아퇴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단순 식량증산 농법의 전수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 등을 포함하는 통합지원 프로그램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병원을 지어 줬으면 의사 양성은 물론 장비까지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상무 회장은 '미국 미시건대'사례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1960~70년대 미시건대가 한국농업섹터연구(KASS)를 통해 우리나라의 식량증산 사업을 도왔는데, 단순 농법지원과 함께 증산정책 성공 이후의 농업정책에 대해서까지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풍족해진 식량자원을 수요처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보관하는 사후 시스템까지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차관도 "물론 현물을 직접 지원하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고기를 잡고, 기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한국의 원조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머지않아 이 역시 한계에 봉착할 수 있는 만큼 단순 지원을 넘어서는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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