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은 큰 틀에선 무난하지만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많다. 3가지 쟁점분야를 꼽으라면 첫째는 역시 ‘4대강’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쪽일 것이고, 다음은 국방예산과 복지예산을 들 수 있다.
이들 3대 쟁점예산은 워낙 정치색 짙은 분야라, 관점에 따라 전혀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국회심의과정에서도 여야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되며, 정부 원안 통과 여부도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팍 깎인 도로예산… 4대강 ‘노터치’
SOC지출은 올해 25조 1,000억원에서 내년 24조 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감소분 8,000억원은 SOC 분야에서 가장 덩치가 큰 도로부문의 지출감축액(8조38억원→7조1,886억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내년엔 도로를 신설하는 사업이 하나도 없다. 도로신설예산 제로(0)는 건국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국토면적당 도로 총연장(10만 4,98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속도로 5위(3,776㎞), 일반국도 8위(1만 3,819㎞)에 달해, 이미 투자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인식.
하지만 ‘4대강’예산을 살리기 위해 도로예산을 희생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예산이 마스터플랜대로 3.1% 늘어난 3조 2,8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수자원 부문 예산 규모는 5조 1,076억원에서 5조 2,092억원으로 증가한다. 국회에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개발시대부터 항상 우선 투자처였던 도로가 뒷전으로 밀린 대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철도에 대한 투자는 올해 5조 3,512억원에서 내년 5조 4,523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고속철도 건설(5,700억원→9,000억원)의 증가폭이 크다.
천안함이 지킨 국방예산
국방예산 역시 귀추가 주목됐던 분야. 예산안 증가율이 국방부의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지난해 이상희 국방장관의 ‘청와대 항의 서한’ 파문까지 낳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국방비 지출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올해보다 1조 7,000억원(5.8%) 늘어난 31조 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국방예산개혁’차원에서 긴축편성이 예상됐지만, 천안함 참사가 터지면서 증액편성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방위력 개선사업비(9조 6,613억원)가 올해보다 5,600억원 증가했다. 정부관계자는 “핵, 잠수함,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력에 대응한 전력을 확충하고, 조기경보 능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장병사기진작’예산도 늘어난다. 주거시설이 개선되고 피복ㆍ급식비가 확충되는 것. 이밖에 천안함 구난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해군 수중폭파팀(UDT)과 해난구조대(UDT)의 위험 근무수당이 20% 인상되고, 함정 근무수당도 10% 오르게 된다.
애매한 복지예산
복지 관련 예산은 정부가 2011년 예산안을 ‘서민희망 예산’이라고 이름붙일 정도로 가장 공을 들였다고 자부하는 분야. 한 사람의 생애 단계별로 ▦보육 ▦아동안전 ▦교육 ▦주거ㆍ의료를 4대 핵심 복지서비스로 선정하고,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등 4대 취약계층에 복지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 같은 8대 핵심 과제에 올해보다 3조원이 증가한 32조 1,000억원이 지출된다.
그러나 6.2%인 증가율 자체가 올해(8.6%)보다 낮고 전체 증가액 5조 1,000억원의 상당 부분이 공적연금(2조 2,111억원) 기초노령연금(1,016억원) 실업급여(112억원) 등 경직성 지출 증가분이어서, 복지강화라는 정부의 설명이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중산층에게까지 보육비를 지원하는 정책은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일자리를 통한 자립 유도 ▦소득수준 고려 및 취약계층 중심 지원 ▦건전재정 측면에서 수용 가능성 등의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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