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첫 날, 서울에 259.5mm의 큰 비가 내려 9월 하순에 내린 하루 최고 강수량 104.5 mm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반도 기후가 뚜렷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전 세계적 다양한 기상재해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대홍수, 러시아의 폭염과 산불, 일본과 유럽의 40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무의미해진 기존 기후 패턴
최근 10년 세계 기후는 유례없는 온난화를 겪고 있다. 2000년대 평균기온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으며,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9년 387ppm으로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8%가 증가했다. 세계 각지에서 고온 호우 태풍 가뭄 한파 등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 추세이다.
기후 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평균적 상태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극한 현상의 패턴이 달라진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기록적인 현상이 증가하고, 이러한 극한 현상은 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공기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은 7% 증가할 수 있다. 수증기 양이 많으면 그만큼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전국 주요 10대 도시에서 시간당 30mm 이상 호우가 1970년대에는 연간 13회 발생했으나 2000년대에는 23회로 급증하는 추세다. 대형 기상재해의 원인인 태풍의 경우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 받아 더욱 강력해지는데, 우리나라 연근해의 해수면 온도는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 기후의 특징은 고온과 호우라고 할 수 있다. 평균기온이 100년간 1.7도 상승해 지구 평균기온이 0.74도 올라간 것과 비교하면 온난화 추세가 매우 빠르다. 서울의 경우 90년 전에 비해 겨울은 한 달이 짧아졌고 여름은 그만큼 길어졌다. 고온과 호우가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00년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00년의 2배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4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전망이다.
이제는 서울의 기후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2000년대 서울의 기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10년대 서울의 기후는 현재와는 또 다른 특성을 띠게 되며, 극한 현상의 발생 패턴도 달라질 터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지난 30년의 기후를 기준으로 기상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와 이로 인한 극한현상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장기적인 계획과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도시에는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와 시설이 집중돼 있어 많은 비가 갑자기 내리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해안지역에서는 태풍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산간지방에서는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돌발홍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기후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적인 적응대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미래 재해대책 빨리 수립을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그것이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온난화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는 과거 경험으로 예상할 수 없는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육상이나 해양 생태계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의 기후가 100년 안에 아열대 기후가 된다면 과연 우리의 숲은 이러한 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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