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 30분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간고사가 보름 앞. 하지만 300석 규모 객석은 금세 그득해졌다. 서울대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이 기획한 ‘2010 한뼘나눔콘서트’. 공연 입장료와 관객의 기부금을 모아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을 선물한다는 것이 콘서트의 취지다. “이 착한 마음에 함께 물들고 싶어서” “과제를 잊고 춤과 음악에 흠뻑 빠지고 싶어서”…. 관객들은 그렇게들 동참의 마음을 전했다.
3,000원 이상만 내면 누구든 입장 가능한 이날 콘서트는 흑인음악, 스트릿 댄스, 재즈댄스, 노래패, 밴드 등 각자 분야에서 이름깨나 알린 서울대 교내 음악, 댄스 동아리 6팀의 공연으로 3시간 가령 펼쳐졌다.
이 행사는 서울대 봉사단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이 6개월여 동안 기획해 마련했다. 이들은 서울대 학생처의 지원으로 2006년 11월 출범한 이래 주로 소외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무료교육 봉사를 해왔다. 단체 이름도 그래서 실천적 지식을 뜻하는 ‘프로네시스(Phronesis)’다. 학원이 부족하고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교를 찾아 다니며 공부법 노하우를 전하는 나눔교실을 열었다. 지역사회 아동복지센터를 돌며 독서교육을 하는 소모임도 만들었다.
그런데 독서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책과 장서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이후 가르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책을 볼 공간을 선물할 방법을 고민했고, 복지단체의 도움을 구했다.
2008년부터 아동복지센터 공간 일부를 개조해 도서관을 꾸며주는‘한뼘 도서관’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단법인‘아이들과 미래’가 팔을 걷고 도왔다. ‘아이들과 미래’가 주체가 돼 서울 관악구 민들레샘물지역아동센터에 한뼘 도서관을 만들기로 하고,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은 기금 마련을 위해 교내 콘서트라는 이 행사를 기획했고, 지난 해 첫 콘서트를 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과를 묻자 이진열 한뼘나눔콘서트 기획단장(22ㆍ종교학과 3학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절반의 성공이었죠, 나름 열심히 모은 콘서트 입장료와 기부금을 합한 돈이 221만4,270원인데, 한뼘 도서관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700만원이었어요. ‘아이들과 미래’에서 대부분 지원해주셨죠”
정말 딱 한 뼘만큼 보탰다고 겸손을 떨었지만, 스텝들은 다시 찾은 민들레샘물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새로 들어선 책장 아래서 새 책들을 읽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단장은 “그래서 올해는 단단히 준비했다”며 눈을 빛냈다. 20명의 스텝이, 여간 해서는 한 무대에 세우기 어렵다는 인기 동아리들을 찾아 다니며 공연 취지를 설명해 참가를 약속 받았고, 방학과 중간고사 기간에도 포스터를 붙이고 홍보물을 돌렸다. 올해 모금액 목표는 지난해의 딱 2배인 500만원이란다.
공연장 입구에는 공연이 시작된 뒤로도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들의 눈을 빛낼 책을 선물하기 위한 모금함도 차곡차곡 채워졌다. 후원문의 02)880-5405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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