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페인 첫 한국어 시험/ 올라 대신 안녕… "한국에 푹 빠졌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페인 첫 한국어 시험/ 올라 대신 안녕… "한국에 푹 빠졌어요"

입력
2010.09.28 11:53
0 0

"우연히 들은 노래에 흠뻑 취했어요. 아시아 노래인 것만 알았지요. 인터넷으로 한참을 뒤졌는데 한국 노래였어요. 더 많은 한국 노래를 듣고 드라마와 영화도 봤어요. 공부하러 영국에 갔을 땐 한국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냈어요.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요.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이유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까딸루냐 주정부 어학원 EOI(Escuela Oficial de Idiomas)에 마련된 한국어능력시험(TOPIC) 고사장을 찾은 아이다 리에라(23ㆍ여)씨는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 공부했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긴장돼요"라며 익살스런 웃음을 보였다.

한국어능력시험이 스페인에서 실시되기는 처음이다. 이날 시험 응시자는 45명. 이 중 상당수는 EOI에서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다. EOI는 주정부 지원을 받아 한국어를 비롯한 17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수강생이 단연 많고 2년 과정인 중국어와 일본어 강좌 수강생도 각각 120명에 달한다. 한국어 수강생은 85명이다. 다른 언어 수강생들이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배우고 있지만 한국어 수강생의 경우 대부분 단순한 관심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동방신기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라 마르티네즈(26ㆍ여)씨는 "처음엔 동양의 신비한 나라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는 정도였지만 한국 문화를 알수록 더 빠져드는 것 같다"며 "한국말을 배워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조안 에스프라다(24)씨는 "여행 갔다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끈끈한 정'을 느끼고는 '바로 이 나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인 여자친구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는 알레한드로 루벤(29)씨는 "한국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대화도 한국어로 한다"며 "반면에 여자친구는 스페인어 실력이 늘지 않아 불만스러워 한다"고 웃었다.

한국어 공부 매니아들이 모인 자리라 시험장 분위기는 한국의 영어공인시험 고사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험장 입구에서'안녕하세요'라고 쓰인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받아 들고 좋아하던 응시생 중 일부는 화장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도 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은 시험지를 보며 답을 맞추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EOI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황성옥 교수는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열의가 가장 높다"며 "이들의 한국어 공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만큼 수업 분위기도 최고"라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1995년부터 시작된 한국어 강좌는 수강 인원이 제한된 탓에 밤새 줄을 서서 기다려 접수를 할 만큼 인기가 많았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등록하고 추첨을 한다"며 "스페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을 접할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 살려야

스페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점차 증가했으며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페인 국왕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 했을때 절정에 달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당시 언론에서 한국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태열 주 스페인 대사는 "한류나 월드컵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가 있었고 이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나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년에 마드리드에 한국문화원이 문을 열면 스페인 국민의 한국 문화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 지역과 응시자 매년 늘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와 응시 지역은 한류를 타고 해마다 늘고 있다. 97년 4개국 14개 지역 2,692명이 응시한 한국어능력시험은 현재 39개국 141개 지역에서 치러지고 있다. 해마다 20만 명 정도가 시험에 응시한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류로 시작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점차 유학이나 취업 등을 위한 목적으로 이동하며 응시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조용기 한국어능력시험사업단 단장은 "지난해에는 체코, 이집트, 벨라루스 등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올해엔 스페인, 이탈리아, 아르메니아, 캄보디아까지 확산됐다"고 전했다.

바르셀로나=박철현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