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인파의 손마다 들려 있는 형형색색의 꽃다발. '싸웠노라, 이겼노라, 돌아왔노라' '여자축구 세계제패'라는 문구가 적힌 수 많은 플래카드가 28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을 뒤덮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여자청소년월드컵 우승이라는 기적을 쏘아 올린 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이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는 순간, 카메라 플래시와 박수갈채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수고했다. 자랑스럽다"는 축하인사가 쏟아지며 입국장은 신명 나는 잔치로 떠나갈 듯 들썩였다. 뉴욕을 떠나 14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도 환한 표정을 잃지 않은 소녀들을 위해 울려 퍼진 '오, 대한민국' 응원가는 흥을 더욱 돋았다.
가족과 친지, 축구 팬들을 비롯해 수백 여 명의 열띤 취재경쟁이 이어졌다. 지상파 방송 3사 등은 생중계를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라도 놓칠세라 비지땀을 흘리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딸들의 모습을 전국에 전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그 때 그 환희와 감동에 다시 한번 국민들은 행복에 젖었다.
귀국 기자회견 동안 선수들은 여태껏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어리둥절하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 8골을 올리며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한국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첫 득점왕(골든 부트)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는 "너무 떨린다. 우승을 목표로 훈련하면서 힘든 고비가 많았는데 동료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감격해 했다.
여민지는 "엄마가 해 주는 밥이 가장 먹고 싶다"고 열 일곱 소녀답게 해맑게 웃었다.
아버지 같은 온화한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사의 신기원을 이룬 최덕주(50) 감독은 "한번도 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팀을 꾸리는 데 힘이 들었지만 예감이 좋았다"며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우승해 (나는) 참 행복한 감독"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어 "앞으로 초등, 중등, 고교에서 여자축구를 가르치는 지도자들에게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태극소녀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우승기념 특별생방송을 마친 뒤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이동했다. 세계 축구 정상에 오른 어린 '태극 여전사'들은 시차에도 불구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다시 앳된 10대 소녀들로 돌아가 있었다.
인천공항=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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