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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육계 정설 깬 '큰학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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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육계 정설 깬 '큰학교의 반란'

입력
2010.09.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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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좋다’는 건 미 교육계에서 정설처럼 간주된다. 교육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쏟아 온 ‘빌 게이츠 앤드 멜린다 재단’이 대형 학교를 수백 명 규모의 작은 학교로 쪼개는 데 수억달러를 지원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생 수 4,100여명으로 매머드급인 매사추세츠주 공립 브록턴 고등학교가 이런 믿음이 잘못됐다는 걸 극적으로 증명해 보여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학생 수에서 매사추세츠주 최대이며, 전국에서도 선두를 다투는 브록턴고는 과거 낙제생들의 천국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도 낙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비공식 모토를 공공연히 입에 올렸다. 학생 69%가 저소득층으로 급식 지원을 받는 이 학교는 4분의1 정도만 주(州) 주관 시험을 통과하고, 3분의1은 아예 낙제하는 형편이었다. 그랬던 이 학교는 지난해와 올 해 주 내 350개 고교 중 상위 10%에 드는 성적을 냈다. 기적을 선보인 이 고교의 내력은 지난달 로널드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의 보고서를 통해 상세히 소개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전했다.

브록턴고는 학업 성취의 열쇠가 학교의 규모에 달린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뿐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교육 진리를 일깨운 사례로도 주목받는다. 1999년 처참한 성적을 받아 든 일부 교사들은 자성을 거쳐 스스로 개혁을 논의했다. 이들의 결론은 읽기와 쓰기, 말하기, 추론하기 등 기본을 다지자는 것이었다. 교장의 지지를 바탕으로 교사들은 모든 수업에 쓰기 과정을 의무화했다. 300여명의 전 교사들은 좋은 글쓰기 방법을 따로 배워야 했다. 학생들은 사칙연산을 풀면서도 답을 추론하는 과정을 자세히 글로 써내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땅콩버터 뚜껑을 어떻게 여는지 등을 서술해야 했다. 체육 수업에서조차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시간낭비라는 일부 교사들의 저항도 있었지만 개혁을 시작한 지 2년만인 2001년 주 교육당국조차 깜짝 놀라게 한 성적 향상이 이뤄진 이후 이들의 교육 실험은 탄력을 받았다. 퍼거슨 교수는 브록턴고를 포함한 10여개 학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대형 학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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