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 釣魚島)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 과정에서 드러난 관련국의 이해득실을 놓고 중일 언론들이 다양한 시각을 전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와타나베 아키오(渡邊昭夫) 도쿄(東京)대 명예교수는 28일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중국도, 일본도 승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외교적 승리로 여기는 것 같지만 크나큰 마이너스를 짊어지게 됐다. 그 중 하나는 일본 국민이 중국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또 하나는 아시아 각국, 나아가 세계에 중국 외교가 얼마나 거친가를 보여준 것이다”고 지적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일본 역시 “총리도, 외무장관도 국내 부재 상황에서 선장 석방은 졸속이었고 사건 전체를 통해 기민하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를 상정한 준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승자는 분명치 않지만 패자는 명확하다”며 “힘으로 밀어 부치려는 시도를 용납해서 안 된다는 ‘규율 있는 중일관계’가 패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일관계가 더 험악해지면 일본내에서 군사적 대응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올지 모르며 그것은 일본 국민 다수가 원치 않는 것이고 중국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이 19세기 제국주의 외교의 현대판처럼 세계에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28일‘댜오위다오의 대결, 미중일 과연 누가 승자인가’라는 사설에서 “진정한 승자는 일본도 중국도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 신문 평론가인 이샨(一嫺)은 “일본은 이번에 대내외적 손실이 컸고, 외견상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역전승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그러나 미국은 일본으로 하여금 미군이 일본기지에 주둔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했고 미일동맹의 강화와 미국의 아시아 컴백을 공론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댜오위다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결국 히든카드가 돼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샹웨이(王向偉)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판 편집장도 27일 ‘댜오위다오 분쟁은 워싱턴에 승리를 안겨줬다’는 칼럼을 통해 “미국은 댜오위다오갈등에 개입해 아시아 지역 외교와 안보에 대한 영향력을 확실하게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중국선장 석방과정에서 미국이 중요 역할을 했음을 암시하는 정황들이 다수 있다고 설명하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3일 뉴욕에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일본의 양보’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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