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력 정치인이자 18년간 모스크바 시장을 역임해온 유리 루쉬코프(74ㆍ사진)가 부정부패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그는 "자진사임은 없다"고 버텼으나, 크렘린은 싸늘했다.
크렘린 공보실은 28일 "루쉬코프 시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다"며 해임 결정을 발표했다. 당분간 블라디미르 레신 제1부시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러시아는 지방자치제가 수립되지 않아 대통령이 시장, 주지사 등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1992년부터 모스크바 시장을 맡아온 루쉬코프는 한때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집권 연합러시아당의 유력 정치인 출신이다. 그러나 시장 재임기간 부정부패와 정실인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달 러시아방송 NTV가 루쉬코프가 시장직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해온 과정을 보도했다. 그의 아내이자 러시아 최대 여성 재벌인 옐레나 바투리나의 건설사가 모스크바 시가 발주한 건설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이익을 챙긴 사실도 폭로됐다.
또 그는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결하는 신설 고속도로 노선 문제를 놓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충돌하자 푸틴편을 들었다가 크렘린으로부터 "대통령과 총리 사이를 이간질한다"며 강력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일간지에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비난하는 글을 기고해 논란을 일으키는 등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마찰이 잦았다.
여기다 러시아가 최악의 가뭄과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해외에서 느긋한 여름휴가를 즐기다 뒤늦게 업무에 복귀해 여론과 크렘린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쓰레기 같은 모함"이라고 자신사임 압박을 받고도 그 동안 버텨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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