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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환란후 최고 수준

입력
2010.09.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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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의 상환능력 대비 부채규모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91% 이상의 가계대출이 변동 금리조건으로 이뤄져,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할 경우 저축은행이나 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의 부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용평가회사인 한신정평가가 28일 내놓은 ‘최근 가계부채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가계의 순상환여력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7.2배로 나타났다. 순상환여력이란 가계의 연간 소득에서 세금ㆍ생활비 지출 등을 빼고 남은 저축 가능금액이다. 현재 소득에서 쓰고 남은 돈을 몽땅 모아서 부채를 갚는다고 하더라도 평균 7년이 걸려야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03~2005년 6.4배에서 2006년 6.8배, 2007~2008년 6.7배 등으로 7배 이하였으나 금융위기를 겪은 후 지난해 7.3배로 급등했다. 올해도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7.2배로 이 수치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지난해에 이어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혁준 책임연구원은 “2002년 이전에는 관련 수치가 작성되지 않았으나, 당시 국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지금보다 양호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가 사상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정평가는 순상환여력 대비 가계부채 증가는 돈을 빌린 가계는 물론이고 이를 빌려준 금융회사의 부실화 가능성도 높여 놓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신금융사(카드, 캐피탈 등)의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는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비용이 20% 증가하면 저축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의 9.3%인 6,385억원이, 여신금융사는 3.5%인 3,690억원이 부실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은행과 보험사는 추정 부실이 각각 3조9,602억원과 1조3,101억원으로 규모는 컸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와 2.0%에 불과했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가계 부실 위험성은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나 담보가 되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 등만으로 평가했으나, 이번에는 실제 가계의 유동성 측면에서 분석했다”며 “저축은행과 여신금융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변동이 다른 금융업종 보다 큰 만큼 부실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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