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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64> 물질성장보다 정신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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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64> 물질성장보다 정신개혁을

입력
2010.09.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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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1인당 소득 2만 달러 수준에 있다. 선진국들은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넘으니 우리도 소득을 그만큼 올려놓으면 선진국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화란 삶의 질 선진화를 의미한다. 같은 월급이라도 물가 비싸고 학교도 없는 곳이라면 삶의 질이 다른 것처럼 소득이 같더라도 삶의 질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물질생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높아도 집값 비싸고 교육난 교통난 환경난 주택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과 같은 쾌적한 삶을 누릴 수는 없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러한 고소득 저생활국을 지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정신개혁이 있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후진국 단계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쌀이나 옷 자동차와 같은 사유재(私有財)이다. 사유재란 개개인이 생산이나 구매를 할 수 있어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들 물질생산만 늘면 그 만큼 삶의 질이 향상되게 마련인데 우리의 지난 과거가 그러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을 향해 가는 지금의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사유재가 아니라 환경 교육 의료 문화 사회질서 주거환경 등 공공재(公共財)이다. 이들 공공재는 개인적으로는 생산도 소비도 할 수 없고 사회가 생산이나 소비를 함께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기는 함께 맑게 가꾸어 함께 마시는 것이지 마실 공기를 각자 생산하거나 구입해서 자기 혼자만 마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못사는 것은 쌀이나 옷이나 자동차와 같은 사유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공재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공공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땅값 집값이 비싸고 물가가 높으며 질 높은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공공재는 왜 부족하게 되는가. 국민들의 공동체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개인재산이 아니라 사회재산이다. 그리고 이 사회재산은 세금 사회보험료 기부금 사회봉사 그리고 유산의 사회환원 등 이른바 사회저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저축의 약 7할이 사회저축이고 나머지 3할이 개인저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반대가 되어 있다. 우리 국민들은 내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나 예금은 내 재산이지만 학교나 환경 또는 공원과 같은 사회재산은 내 재산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조세나 공과금 부담이나 유산의 사회환원 그리고 사회봉사 등은 기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개인재산은 적지만 사회재산이 많아 잘 살고 우리는 개인 재산은 많지만 사회재산이 적어 못사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면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난 날 삶의 질을 사유재가 결정하던 시대에는 나 혼자만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의 질을 공공재가 결정하는 오늘에는 나 혼자만 잘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돈이 있다고 해서 나 혼자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고 교통체증에서 나 혼자만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이치이다. 따라서 내가 잘 살려면 사회재산도 내 재산과 같이 생각해야 하며 내 저축을 더 많이 사회저축으로 넣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관도 이기주의와 연고주의 지역주의에서 공동체적 개인주의로 발전해 가야 한다. 이기주의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집단이기를 쫓는 것이다. 공동체적 개인주의는 전체 사회이익의 틀 안에서 개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공동체의식과 개인주의가 같이 가는 것이다.

우리들의 재산관도 고쳐야 한다. 우리는 모든 재산을 자녀들에게만 상속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교육이나 주거마련 등에 어려움이 있어 자녀상속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부유층일수록 유산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재산당대제도를 지향해야 사회발전이 촉진된다. 세계 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이나 버크셔 해서웨이 워렌 버핏 회장은 그들 재산의 절반이상을 이미 사회에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층들이 그러한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들의 생활관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대표적인 공공재인 교육이나 수돗물도 사유재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유산을 대학에 바치거나 교육세를 내는 데는 인색하면서 내 자식만 잘 가르치려고 사교육비는 엄청나게 지출하는 것이다. 수원지의 물을 깨끗하게 지키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그 대신 개개인이 정수기를 달아 맑은 물을 마시려 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추모시설이 도시나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고장에 추모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집단행동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아직도 차를 운전하면서 창밖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많고 대중목욕탕에 가보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 국민들의 시민정신이 성숙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를 지키려면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불법 부당행위에 대해 시민들의 고발과 증인출석을 시민의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내게 직접적인 피해만 없다면 못 본척하고 지나가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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