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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올해 대종상 수상작은 내년에 기억할 수 있을까

입력
2010.09.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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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수상작은? 골수 영화팬이 아니라 해도 정답 ‘허트 로커’를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을 듯하다. 문제 하나 더. 지난해 대종상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영화담당 기자의 입에서도 금세 답이 튀어나오지 않을 질문이다. 아마 많은 대중들은 장나라가 미개봉작 ‘하늘과 바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사실을 둘러싼 쑥덕공론으로 지난해 대종상을 기억할 것이다.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25일 47번째 막을 올렸다. 30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상영회 등 행사를 열고, 10월29일 영화상의 하이라이트인 시상식을 갖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권위 있다고 자부하는 영화상이라지만 대종상의 역사는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져 왔다. 수상 결과를 놓고 잡음이 거의 매년 흘러나왔고, 박수 소리보다 반발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지난해 일명 ‘장나라 파동’을 거친 대종상은 올해 개혁에 착수했다. 심사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반인 50명으로 구성된 일반심사위원단이 남녀주연상, 신인 감독상, 신인 남녀배우상 등 5개 부문의 예심을 담당한다. 앞의 5개 부문 본심과, 작품상, 감독상 등 나머지 부문의 예심ㆍ본심은 전문심사위원 11명의 손을 거치게 된다. 사실상 영화상의 키를 쥔 전문심사위원은 프리랜서 기자 등을 대상으로 10월10일까지 선정할 예정이고, 대종상을 주최하는 한국영화인협회(영협) 구성원은 완전 배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영협 인사가 심사에 참여하면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혁명을 방불케 하는 개혁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대종상 심사 과정 변화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은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 소속 영화인 6,000여명이 예심을 담당하고, 400명 가량의 본심 투표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한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세자르상도 영화인 2,000여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영화인 스스로가 최고 작품과 배우와 스태프를 고르는 것이다.

남의 것이 모두 옳고 좋다 할 순 없다. 그러나 국내 대표 영화단체를 자부하는 영협이 스스로 심사권을 포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인이 심사에 참여하면 불공정한 결과만 낳는다는 불신만 부채질할 수 있다. 영화인을 최대한 참여시켜 공정성을 확보하고 영화인의 축제로 승화시켜야 영화상의 권위도 서게 마련이다. 권위가 있으면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은 자연히 뒤따른다.

아! 지난해 대종상 작품상은 2008년 가을 개봉한 ‘신기전’이 차지했다. 못 맞췄다고 너무 자책하진 마시라.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트리플 악셀 같은 난이도 높은 문제였으니까.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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