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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방가? 방가!'로 첫 주연 맡은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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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방가? 방가!'로 첫 주연 맡은 김인권

입력
2010.09.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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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동국대 2학년 때였다. 강의실 복도를 걸어가는데 학과 조교가 김인권을 불러 세웠다. “영화 ‘송어’ 배우 오디션 있으니 지원해 봐라.” 대학 1학년 때부터 교내 행사란 행사의 단골 사회자였고, 중학교시절부터 교회 연극 무대에 올라섰다지만 배우는 생각지도 않던 그였다. 영화 연출을 하고 싶어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던 그는 결국 1998년 ‘송어’에서 억울한 누명에 분노를 터트리는 산골 청소년 태주로 스크린 데뷔식을 치렀다.

김인권은 ‘아나키스트’ ‘조폭 마누라’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거치며 충무로의 재목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1,000만 영화 ‘해운대’의 사고뭉치 오동춘 역을 맡아 명품 조연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고, 대형 통신사의 TV광고에도 얼굴을 비쳤다. 그래도 충무로 생활 12년 동안 주연은 그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30일 개봉하는 ‘방가? 방가!’(감독 육상효)에서 김인권은 첫 주연을 맡았다. 취업난을 견디다 못해 부탄 출신 이주노동자로 의자공장에 위장 취업하는 방대식 역이다. 한국인과 부탄인을 오가는 그의 눈물 젖은 코믹연기는 뚜렷한 인장을 남긴다.

모 배우의 출연이 무산되며 촬영 시작 10일 전쯤에야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의 이국적인 외모가 캐스팅에 적잖이 작용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저예산 영화라 부담이 적었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고들 말하나 시나리오에는 분명 작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무엇보다 주연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촬영은 지난 겨울 이주노동자들이 실제 일하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이뤄졌다. 그는 “안면을 튼 이주노동자가 어느 날 이민국 단속반에 끌려가는 장면 등을 보며 실상을 많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주연이지만 거드름 피우진 않았다. “주연 의자에 앉지 않았고, 새벽까지 우스개 소리를 던지며 훈훈한 촬영장 분위기를 유도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저예산 영화지만 너무 심각하게 연기하려 하지 않았고, 주류 영화의 코미디처럼 보이려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진심이 통했을까. ‘방가? 방가!’는 흥행 기대감에 따라 촬영 전의 예상을 깨고 전국 200개관 이상에서 대규모로 선보인다. 그는 “개봉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일이 생각지도 않게 커졌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성형 미남과 인공 미녀가 그득한 충무로인데 그라고 얼굴에 칼을 대고 싶은 욕망이 없었을까. “배우 할 만큼 잘 생긴 얼굴이 아니라 직업 연기는 생각지도 않았었다”는 그이니 성형 유혹은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듯하다. 2004년 그도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단을 내렸다. “잘 생긴 외모로 팬들을 좀 더 기쁘게 하는 것도 배우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 가정을 꾸린 가장(그는 두 딸의 아빠로 내년 셋째가 태어난다)의 압박감도 작용했고, 아내도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성형외과 의사도 “딱 세 군데 고치면 인상이 좀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싸게 해주겠다”고 그를 부추겼다. 견적도 비교적 저렴한 400만원. 수술 전날 밤 절친한 친구에게 마지막 조언을 구했다. “그나마 개성 있는 얼굴이니 조연 등을 맡으며 버틸 수 있었다. 네가 어설프게 얼굴을 고치면 누가 너를 캐스팅하겠냐?” 친구의 말에 김인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조바심도 나고 불안하기도 해서 성형을 생각한 듯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술 안 하길 정말 잘했어요. 수술 했다면 아마 ‘방가? 방가!’도 저랑 무관했겠죠. 당시 의사가 육상효 감독의 후배인데 육 감독이 ‘그때 수술 안 해줘 고맙다’며 술 한잔 샀다네요. 하하하.”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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