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숨진 이곳 이라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분노가 마음 가득했지만, 이제는 평화를 느끼고 있다." 2003년 11월 이라크 팔루자에서 상병으로 참전했던 아들을 잃은 엘레인 존슨씨는 역시 같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가족을 잃은 이라크ㆍ쿠르드 어머니들과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에서 만남을 가진 후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쿠르드족 출신 레로즈 나세르(55)씨는 "미국의 어머니들과 포옹을 했을 때 그 심정을 말로 전달할 수 없었으나, 눈물을 통해 서로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눈물은 진정한 슬픔과 고통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나세르씨는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양친과 형제자매 4명을 잃었다.
이라크전 전사 미군 어머니들이 이라크를 찾아 같은 처지의 이라크 어머니들과 만났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각) 이 자리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쟁의 아픔과 평화와 화해의 소중함을 증명하는 소중한 계기였다고 보도했다.
만남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여성단체가 주선하고 미 국무부와 이라크 쿠르드족 지방정부가 후원해 이뤄졌다. 25일 이라크에 도착한 미국 어머니 9명 가운데 일부는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이라크 땅에 입을 맞추며 자식이 생애 마지막을 맞았던 땅을 밟는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2006년 아들을 잃은 애미 갈베스는 그녀의 블로그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이라크 방문을 마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귀국하게 될 것이며 마음의 한 조각은 영원히 이라크 땅에 남겨둔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머니들이 뜨거운 눈물로 화해와 평화를 다짐하던 26일에도 팔루자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4명의 경찰이 사망하고, 바그다드에서는 괴한들이 반부패위원회 직원을 살해하는 등 유혈사태가 멈추지 않았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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