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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예·결산 심의 비웃는 'K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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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예·결산 심의 비웃는 'K중 의혹'

입력
2010.09.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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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의결토록 한 헌법 54조 규정을 밥 먹듯이 어기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직전해 결산안의 심의ㆍ의결을 정기국회 개회(9월1일) 전까지 완료토록 규정한 국회법 136조도 결코 지킨 적이 없다. 올해도 지난해 결산안의 본격 심의는 9월 중순에야 시작됐고, 의결은 10월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현실이 이러니 예ㆍ결산안 심의는 부실-졸속-늑장-담합 등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여야간 혹은 의원들간의 막판 흥정과 거래, 끼워 넣기 등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 결산은 4대강과 일자리 사업예산을 놓고 이런 저런 논란과 공방이 벌어졌지만 정작 의혹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수상한'결과만 있고 원인은 모두 모르쇠로 튕기는, 이른바 'K중 몰빵 지원금'사건이다.

노후 50개교에 3억씩 준다더니

경위는 이렇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 20년 이상 된 전국 50개 노후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산 수시 배정을 요청, 4월 추경예산 편성 때 150억원을 반영했다. 교과부는 한 달 뒤 해당 학교를 선정, 3억원씩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기재부의 답변은 엉뚱했다. 국회 예결위가 추경을 의결하면서 '50년 이상 된 학교로 안전등급 D이하 학교의 개축'으로 한정하는 부대의견을 달았으니 대상을 다시 선정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교과부는 50년 이상 노후학교 6곳 중 개축요건에 맞는 부산 K중과 서울 PㆍS여고 등 3개교를 재선정했다. 기재부는 이번엔 '국ㆍ공립학교에 대해서만 국고지원을 한다'는 원칙을 들고나왔다. 이에 따라 사립인 두 여고는 탈락하고 결국 공립인 K중에만 150억원 중 109억원이 집중 지원됐으며 남은 41억원은 불용 처리됐다.

전국의 노후학교를 리모델링하는 긴요한 사업이 요상한 과정과 맞춤형 규정을 거쳐 특정학교 지원사업으로 변질된 이 결과는 누가 봐도 의문투성이다. K중도 뜻밖에 횡재했다는 표정이니 일차적으로 이 학교를 나온 전직 대통령 등 정ㆍ관계 유력인사들이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고 기재부와 교과부는 국회 의견과 관련 규정을 따랐다고 강변한다. 심의에 참여했던 의원들 역시 당시 국회 속기록을 봐도 누가 왜 바꿨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피해갈 뿐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이렇듯 명백히 예산 집행의 의혹이 발견됐는데도 전말을 규명하고 책임을 따지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시작된 일을 들춰봐야 불똥만 튄다는 태도이고, 국회는 '예산심의 막판에 쪽지가 들락날락하면서 사업대상과 규모가 바뀐 일'에 공범의식을 느끼는 눈치다. 양쪽 공히 겨우 100억원 남짓한 돈 문제로 치부를 드러내며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여겨서다.

금주 말이면 310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올해 대비 5~6% 늘어난 이 예산은 공정사회 기조를 반영하는 복지부문과 일자리, 4대강 사업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팽팽한 여야 기싸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크게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새해예산부터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하고 '텐-텐 전략'을 편다고 공언해왔다. 전자는 재정수반 정책을 만들 때 재원확보대책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며 후자는 각 부처의 재량지출을 10% 줄이고 지출효율화 10대 사항 준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런 방침과 무상보육 등 친서민ㆍ공정 예산 사이의 긴장과 모순도 쟁점이다.

유력인사 모교 '몰빵 지원'변질

그러나 이런 얘기는 언론의 문법일 뿐이다. 예ㆍ결산 심의는 정치권이 잿밥을 얹는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10월은 이미 야당 당권경쟁과 국정감사로 일정이 꽉 차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초치기'심의에 이력이 나 있고, 어차피 내 주머니 돈은 아니니 말이다. 150억원의 교육예산은 누더기가 돼도 월 120만원의 의원연금을 확실히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사청문회에선 털끝 하나까지 훑는 사람들이 K중 의혹엔 왜 그렇게 관대한지 알 법도 하다. 그들의 눈엔 비 새는 교실의 아이는 없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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