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전방위적 변화를 가져왔다. 민주화 추동의 핵심 동력이었던 사회운동 역시 민주화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조희연, 김동춘, 김정훈 성공회대 교수가 함께 쓰고 엮은 <거대한 운동에서 차이의 운동들로> (한울 발행)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운동의 변화를 "수렴적 운동에서 복합적 운동으로의 분화"로 규정한다. 반독재라는 강력한 공통 이슈 하에 단일하고 수렴적이었던 사회운동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분화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조희연 교수는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이 2차례의 분화를 겪었다고 본다. 1987~1997년 1차 분화가, 1997~2007년 2차 분화가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1차 분화란 독재하의 반체제 운동과 구별되는 '체제개혁적 운동'의 출현과 다양한 '소수자 운동'의 등장이다. 전자의 예는 2000년, 2004년의 낙천낙선운동으로 대표되는 정치개혁운동이고 후자의 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장애인 집단 등 이전까지는 정체성이 부정됐던 집단들의 운동이다.
2차 분화는 1차 분화를 겪은 집단의 분화와 분열과 반(反)운동 세력의 등장이다. 전자의 예는 소수자 운동의 담론 각축의 과정에서 분화하거나 정부 혹은 기업 후원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분화한 경우다. 장애인 운동이 장애우(友) 운동으로 또 정상인을 비장애인으로 규정한 운동으로 분화한 것이나, 이전까지는 공히 체제개혁을 추구했으나 정부와 기업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한 참여연대와 적극적으로 기업 후원을 추구한 환경운동연합이 갈라지는 경우가 그 예다.
반운동 세력이란 민주화운동 이후 힘을 얻은 체제개혁 운동들에 저항해 이를 역류시키려는 보수적 사회운동이다. 이들은 민주개혁을 추동하는 사회운동을 '신종 관변단체'로 비판하고 민주정부의 개혁을 '과잉개혁'으로 매도하는데, 조 교수는 뉴라이트 등 신보수 집단을 그 사례로 든다.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구술연구를 통해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가들의 운동참여 동기와 문화 등을 분석했다. 민주화 이전의 운동가들이 학생운동을 경험했고 가족과의 단절이나 갈등 등을 감수하며 운동에 투신하는 형태였다면, 현재의 운동가들은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다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가들이 운동 참여의 사회적 책임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이밖에도 사회운동의 문화가 과거에 비해 집단적ㆍ공동체적 성격이 약화됐다는 점, 사회운동가들이 정책, 국제, 인권 등 분화된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운동의 변화로 꼽았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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