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공정사회’ 화두가 각 부문의 논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현정부의 세금 체계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공정사회를 먼저 얘기하고 나온 마당에 더 이상‘부자 감세’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정부 조세 정책의 근간은 ‘감세’이다. 하지만 법인세 소득세 등 직접세의 인하가 부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 감세’로 이어진 측면이 컸다. “전혀 공정하지 못한 세금 체계”라는 비판이 거셌고 일부에서 현정부를 ‘부자 정부’로 낙인 찍는 요인도 됐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27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대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적절하게 국고로 들어와 서민에게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세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공정사회’주제 토론회에서도 “세제 혜택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재벌에 대해 국가가 세금을 적절하게 징수하고 있는지, 감세가 일부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 감세로 나타난 만큼 폐기를 검토하자는 얘기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복지 분야 지출 때문에 세수를 늘려야 하는 마당에 저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거둘 수는 없는 일이므로 결국 부자 감세 원위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하다”며 “부동산 관련 세금은 손을 못 대더라도 법인세 정도는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기본적으로 정치권에서 세금 조정을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남경필 김성식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일찌감치 감세 폐기를 주장해왔다.
감세 폐기는 아니지만 ‘간접세 완화, 직접세 강화’쪽으로 세금 체계를 손 보자는 주장도 여당 내에서 나온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간접세를 완화하고 직접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현정부 감세 정책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데 민주당이 이를 두고 부자 감세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세금 문제에 관한 민주당 등 야당의 기본 입장은 당연히 ‘부자 감세 철회’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부자 감세로 인해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간접세 비중만 증가하고 있다”며 “부자 감세부터 바로잡는 게 공정조세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세제 개선 방안으로 ▦소득세 법인세 상위구간 세율 인하 항구적 철회 ▦중산층과 서민의 교육비 소득공제 확대 ▦다자녀 추가 소득공제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당권 경쟁에 나선 정동영 의원은 순자산 최상위계층 0.1% 전후(5만여명)를 대상으로 ‘사회복지부유세’를 도입해 연간 5조원 안팎을 거둬 효도연금,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사회복지 분야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은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 다같이 잘 살자는 취지로 향후 4~5년에 걸쳐 10여개의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전문가 토론을 거쳐 세율 등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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