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센카쿠분쟁 가열/ 中 무력시위 vs 日 배수의 진… 높아지는 긴장의 파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센카쿠분쟁 가열/ 中 무력시위 vs 日 배수의 진… 높아지는 긴장의 파고

입력
2010.09.27 11:55
0 0

중국이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사실상 해상 대치까지 벌이며 일본에 대한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의도가 무엇이고, 이번 사태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행보는 마치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충돌을 기다렸다는 듯 강도를 높여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외교적 대화 단절과, 보복성 경제조치에 이어 센카쿠열도 해역에 어업지도선 2척을 계속해 체류시키며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언제든 일본과의 해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어업지도선의 일본 영해 근접 배치는 사실상 무력시위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은 일본의 수 차례 비공개 철수요구까지 묵살한 뒤 27일에는 자국 어선 보호를 위해 현지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상시화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일본도 물러서지 않고 해상순시선으로 센카쿠 열도를 경비하면서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센카쿠 열도는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순시선의 충돌 차원을 넘어 양국의 공권력이 정면으로 맞부딪칠 수 있는 긴장의 해역으로 돌변한 상황이다.

중국의 계속되는 강수는 일본이나 주변국들로선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다. 지난 24일 나포된 중국 어선 선장이 석방될 때만해도 사태는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이 굴욕외교 비난 속에 무릎을 꿇은 일본을 향해 도발적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다목적 카드로 분석된다.

먼저 선장 석방에도 불구,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을 더욱 공론화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공론화를 통해 중국의 국경과 해양 등 영토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달 초 나온 중국의 외교백서가 처음으로 국경선과 해양문제 장(章)을 만들어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의 주요 부분”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중국의 자기중심적 논리는 유사 사건에 대한 전례를 만들어 앞으로의 매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중국으로선 국경을 접한 국가들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대국 일본마저 중국에 끌려 다니는 모습은 무엇보다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등에 대해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또 이번 사태를 키우면 이들 국가에 접근 중인 미국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길게 보면 중국은 해상 보급로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만에서 동남아로 이어지는 ‘전략적 섬’으로 연결된 미국의 해상봉쇄를 뚫어야 할 처지에 있다.

중국은 국내적으로 이번 사태를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 빈부격차 문제, 정치개혁요구 등 성난 민심의 방향을 돌리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실효지배에 어떻게라도 상처를 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현상유지보다는 갈등과 긴장을 확대하는 쪽을 선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외교적 무리와 무례가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성장한 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힘의 외교를 선보이며 주변국에도 이에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쩌면 당초 문제를 선장 석방 선에서 외교적으로 매듭지으려던 일본의 생각은 순진했던 것일 수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