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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미국도 "희토류 생산 재개" 불 붙는 '자원 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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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미국도 "희토류 생산 재개" 불 붙는 '자원 무기화'

입력
2010.09.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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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일전에서 사용된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희토류(희소금속) 수출의 사실상 중단이었다.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대일 수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만인 24일 일본은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자국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한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했다. 첨단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일본으로서는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국가 이익을 관철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그 위력은 산업화의 진행과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 자원을 손에 쥐고 공급량을 조절하거나, 어느 나라에는 수출하고 어느 나라에는 수출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격한다. 자원 수입국으로서는 대응할 방법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이번 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희토류산업발전정책'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희토류에 수출 관세 20%를 부과하고 2015년까지 매년 연간 수출량을 3만5,000톤으로 제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 무역행위라며 제소했지만, 중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2002년에는 외국기업의 중국 내 희토류 광산 투자를 원천봉쇄, 희토류 생산 독점 체제도 구축했다. 중국은 또 레늄, 마그네슘 등의 광물에 있어서도 전 세계 생산량 80~90%를 점하고 있고 텅스텐, 인듐, 규소의 생산량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앞서 2007년 이러한 광물의 관세율을 올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업체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희소금속을 비롯한 광물들은 첨단 무기 개발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이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전면 중단할 경우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파장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미국이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맞서 2002년 중단했던 희토류 생산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1세기 들어 자원의 무기화는 자원 국유화, 자원 수출 금지, 가격 인상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와 좌파정권이 들어서있는 남미 지역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는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다국적 기업에 맞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06년 모든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베네수엘라 내 미국 기업 소유 광구를 국유화한다고 발표, 볼리비아 등 주변국의 동참을 이끌었다.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던 브라질마저도 지난해 심해 유전개발권을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맡겨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해 국부 유출 가능성을 낮추고 자원을 통한 이득으로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켜 정권 안정화를 꾀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자원 무기화는 이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높다. 가스 공급량 25%를 러시아산에 의존하는 유럽이 바로 그 예다. 유럽의 경우, 2004년 이후 러시아가 거의 매년 벨라루스와 가스 분쟁을 벌이는 바람에 에너지 위기가 연례 행사가 됐다. 폴란드와 독일, 루마니아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에게는 러시아 원유 공급 중단은 국가 안보 위기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7월 원유와 천연가스, 철광석 등에 자원세를 부과키로 한 호주 역시 자원 무기화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먹을거리도 무기"… 곡물 민족주의도 갈수록 기승

자원의 무기화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곡물의 무기화이다. 세계 식량수요가 갈수록 커지면서 곡물 생산국가들의 ‘곡물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곡물값이 더욱 치솟으면서 곡물 수입국들이 고통을 겪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 3대 밀 생산국가인 러시아가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줄어들자 자국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밀 수출을 중단했으며, 우크라이나도 밀과 보리 수출을 올해 말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중국도 2008년 옥수수, 밀, 쌀, 콩 등 수십여종 곡류 수출에 수출관세를 부과, 당시 세계 식량 파동에 한몫 했었다. 당시 인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도 곡물 재고를 높이기 위해 수출 억제정책을 썼다.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자국민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곡물값 폭등의 이득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곡물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경우도 많다. 또 수출물량을 통제함으로써 수입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압박을 가해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곡물 민족주의’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수요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엔은 현재 65억명 가량인 전세계 인구가 2050년 90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 과학자들은 영국 학술원을 통해 펴낸 논문에서 “지구환경 훼손 없이 90억명을 제대로 먹이려면 실험실에서 단백질 합성으로 만들어내는‘인공육류’를 생산하고, 농업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4일 곡물가 급등 대책회의를 갖고 흉작과 분쟁, 치안불안, 자연재해, 높은 국내 곡물가격 등으로 인해 내년에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30개 나라를 꼽았다.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과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을 비롯한 21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북한, 몽골,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네팔, 예멘 등 8개가 꼽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자원 무기화 약사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가 주축이 된 아랍연합군은 이스라엘 점령지였던 골란고원과 시나이반도를 기습 공격했다. 이렇게 시작된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은 이전까지 없었던 석유전쟁이란 개념을 탄생시킨다. 10월 16일 아랍 산유국들이 원유가 17% 인상을 결의하고, 다음날에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할 때까지 매달 산유량을 5% 감산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간 공급과잉으로 바닥을 기던 국제 원유가가 그 해 말까지 순식간에 4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석유의 정치적 무기화가 실제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1차 오일쇼크(석유 파동)다.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는 국제사회의 전략은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겨냥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편에 섰던 미국 등 서방국가였고 이는 적중했다. 74년 주요 서방 선진국들은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물가는 두자릿수 상승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세계는 자원이 경제의 영역에서 안보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차 오일쇼크는 78년 12월 팔레비왕조에 반대하는 파업 등으로 이란의 원유수출이 중단된 데서 출발했다. 79년 2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주도의 이란혁명이 일어났고, 최고지도자로 부상한 호메이니는 팔레비왕조를 지원했던 미국과 단교를 선언하는 한편 대미 원유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더불어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동참하고 1차 오일쇼크를 경험했던 각국이 경쟁적으로 석유를 비축하면서 수급상황이 악화했다.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국제유가는 78년 초 배럴당 13.66달러에서 81년 10월 말 38.28달러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번에도 세계 경제는 고유가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지금까지 무기화한 자원은 근대 산업화의 생명수였던 석유가 대표적이었지만 이제는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 자원 및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 자원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원전쟁의 잠재적 전선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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