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 동결 시한이 26일 종료됨에 따라 이달 초 재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 평화협상은 난국에 빠질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위해 발효했던 10개월간 신축 동결 조치가 끝나기 무섭게 서안 거주 유대인들이 “당장 아파트 2,000여 가구를 짓겠다”고 선언하며 팔레스타인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진행을 위해 자국민들에 “시한이 끝나도 당분간 건물 신축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주거지 부족으로 고생해온 서안지구 유대인 30만명은 이를 받아들일 기세가 아니다.
27일 AP통신에 따르면 시한이 종료되기 전인 26일 오후부터 서안지구 거리는 수천명의 유대인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들은 당장 건설에 들어갈 2,000 가구를 상징하는 풍선 2,000개를 하늘에 풀어놓으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고, 일부는 새 유치원 기공식을 열며 시멘트를 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AP는 “27일 불도저 2대가 서안지구로 들어와 건물 신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착민 단체 대표인 대니 다이안은 “다시는 신축 동결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서안지구 유대인들의 움직임에 국제사회는 물론 이스라엘도 평화협상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한 종료 직후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은 평화의 결실을 위해 협상 장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우리는 동결 종료에도 불구, 양측의 대화가 계속 진행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다만 마무드 압바스 수반 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에선 어떤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팔 자치정부는 “정착촌 동결 연장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시한이 임박해선 최소한 내달 4일 예정된 아랍연맹 회의 때까지 동결 유예를 연장해 달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해왔다.
한편 26일 오후 서안지구 인근 헤브론 남부지역 도로에서 임신한 이스라엘 여성이 팔레스타인 저격수가 쏜 것으로 보이는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CNN은 “총격을 받은 여성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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