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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이제는 인프라다

입력
2010.09.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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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의 축구 선수가 11명이 되지 않아 9명이 경기를 뛴다. 어떤 팀은 11명을 맞추기 위해 축구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을 변칙적으로 등록해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세계축구 정상 등극의 환희에 가려진 여자 청소년축구의 참상이다. 17세이하 여자대표팀의 우승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값진 쾌거라 ‘기적’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인프라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기적 재현’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세계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풀뿌리 축구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철저한 외면 속에 걸어온 여자축구

지난 8월 기준으로 여자 축구 선수 등록 수가 1,450명에 불과했던 한국은 등록 수만 100만명이 훌쩍 뛰어 넘는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우승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 여자축구 최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으로 선수 등록 수가 87만명이었지만 올해 105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풀뿌리 축구가 자리잡은 독일은 세계무대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국은 여자 고교 축구팀 16개, 선수 345명이 고작이다. 전국의 여자 축구팀은 초등 18개, 중등 17개로 한 없이 부족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붐을 타고 2003년 한때 여자 초등 축구팀이 24개까지 늘어났지만 지원 부족과 무관심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 같이 철저하게 외면 받다 보니 꿈을 마음껏 펼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남자처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등을 맘껏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여자 유소년대표팀은 구례나 울산 등의 지방을 돌면서 힘겹게 훈련을 해야 했다. 또 팀 수가 턱없이 적다 보니 남자 유소년처럼 주말리그와 같은 대회를 통해 기량을 겨룰 수 없는 형편이다.

여자 전용 축구센터 건립과 팀 창단, 지도자 지원 확대 등이 과제

세계무대에서 연이은 태극소녀들의 낭보로 인해 팀 창단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은 “대학 3곳과 초등학교 3곳 정도가 창단제안서를 요청했고, 이에 대한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울산에서는 서부초등학교 등이 재창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팀 창단만이 풀뿌리 축구를 다지는데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꾸준한 지원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2009년까지 남자완 달리 여자 학원축구팀 지도자에게는 지원금이 없었다. 올해부터 지도자 지원금이 월 50만원씩 지급되고 있다. 지원금이 생긴 부분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턱없이 적은 보수는 여자팀의 지도자 수급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 회장은 “여자팀 지도자들이 대부분 자비까지 털어가며 선수들의 훈련에 매달렸다. 하지만 지금의 봉급과 지원금으론 생활하기 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여자축구연맹은 지도자 처우 개선뿐 아니라 여자 꿈나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 마련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 회장은 “소규모 여자축구센터 건립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다. 또 초등팀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참가하는 대통령배 여자축구대회 창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팀을 꾸리기 위해 기업당 한 팀을 지원하는 ‘1사1교 운동’을 펼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청소년대표팀은 28일 오후 4시50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뒤 다음날 청와대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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