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남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정당한 영유권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을 방문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대통령은 26일 베이징(北京) 도착 전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뤼순(旅順)에서 “어떠한 역사의 왜곡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했다. 일본과 영유권문제로 맞서 있는 남쿠릴 4개섬의 실효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은 물론 일본의 반환 요구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뤼순에 있는 옛 소련군 병사 묘지를 방문한 데 이어 제2차대전에 참전했던 중국과 러시아 양국 퇴역군인들과 면담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러 양국은)함께 다음 세대의 (전쟁의)기억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며 “모든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제2차대전의 사건에 대해 진실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자세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대일승전 65주년에 관한 공동성명’에도 “제2차대전의 결과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중러가 지적하는 ‘역사의 왜곡’, ‘세계대전의 결과 수정’은 일본의 남쿠릴 4개섬 반환 요구를 포함한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은 풀이했다.
양국이 2차대전 대일 승전사관을 공유함에 따라 향후 중국이 센카쿠열도 영유권 주장을 ‘2차대전의 결과’로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중일 양국이 센카쿠 사태를 타협으로 풀 것을 촉구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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