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쓸 일은 없고 남 주거나 버리긴 아까운 '계륵(鷄肋)'들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차 트렁크에 실려 한 자리에 모였다. 26일 부산에서 열린 '카부츠(car boots) 벼룩시장.' 카부츠 벼룩시장은 자동차 트렁크(boots)에 물건을 싣고 와 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영국 등 유럽에서 흔한 행사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행사에는 총 230여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몰렸다. 집안 한 구석에서 쓸모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물품들을 한꺼번에 처분할 수 있는 호기. 게다가 판매 수익금의 30%이상을 기부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많은 시민들을 끌어 모았다. 김병국(40ㆍ부산 해운대구)씨는 "가족과 함께 안 쓰는 물품을 팔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의미 있는 하루가 됐다. 오늘 판매 수익 4만5,000원을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벼룩시장에서는 역시 유아용 도서와 장난감 등 유아용품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비싸게 주고 산데 비해 사용 기간이 유난히 짧은 것이 유아용품의 특징. 비록 애초 구입가격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값에 팔 수밖에 없었지만 판매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싼 가격에 비교적 깨끗한 물건을 산 구매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아용품은 대체로 개당 500원에서 3,000원 정도에 거래됐다. 유모차를 가져와 판매한 한 참가자는 "덩치가 커 집안에 마땅히 둘 곳도 없었고 멀쩡한 물건을 버려두고만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팔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유아용품뿐 아니라 이번 벼룩시장에는 다양한 물품이 선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이 직접 만든 열쇠고리, 신혼 때 사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그릇세트, 가방, 의류, 신발 등 수백 가지의 물품이 최저 500원, 최고 1만원 선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
행사를 주최한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이날 벼룩시장을 통해 기부된 금액은 총 237만9,000원. 판매를 하고 남거나 구매를 한 물품을 다시 기증한 것도 2,000점에 달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이를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아름다운가게 이혜옥 상임이사는 "앞으로 카부츠 벼룩시장이 더욱 활성화해 보다 많은 시민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17일로 창립 8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는 2002년 5만2,000점으로 시작했던 기부물품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올 상반기에만 662만9,000점에 달했다. 전국 106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각종 중고품의 매출액도 올해 상반기에만 73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첫해 1,000만원에 불과했던 수익 나눔액은 지난해 33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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